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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비티, 슈워제네거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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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정치판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전쟁터 같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0일 "캘리포니아 주민투표 선거운동은 영화 배우 워런 비티(68.사진)의 정치 데뷔용 오디션"이라고 보도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부부인 비티와 그의 아내 아네트 베닝이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네거(58)가 내놓은 법안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이끌어 승리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슈워제네거는 8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네 가지 개혁법안을 주민 찬반투표에 붙였다. 개혁법안은 노동조합비의 정치적 사용을 제한하고 교사의 해고를 쉽게 만드는 등 모두 보수 공화파 정책이다. 슈워제네거는 1년 전 68%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주민투표라는 승부 카드를 던진 것이다.

그러자 오랜 민주당원인 워런 비티가 발벗고 나섰다. 비티는 6월 버클리대 강연에서 슈워제네거의 정책을 비판했다. 9월에는 정식 반대 캠페인을 선언했다. 아내 베닝은 남편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두 사람은 강연.광고.전화 공세로 주민들에게 반대를 호소했다. 선거 막바지에는 아예 버스를 대절해 슈워제네거가 유세하는 현장을 뒤쫓아 가며 찬물을 끼얹는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결과는 네 개 개혁안 모두 부결됐다. 비티의 완승이자 오디션 통과다. 곧바로 비티의 정계 데뷔설이 나오고 있다. 비티는 연기만 피우고 있다. 그는 개표 직후인 9일 차기 주지사 출마 의사를 묻자 "주지자 도전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주지사직에 대한 어떤 거부감도 없다"고 말했다. 비티의 말투는 늘 이런 식이다. 그래도 언제든 출마할 수 있고, 출마하면 당선될 수 있기에 늘 주목을 받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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