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학생 우대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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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업성적이 우수한 자연계 대학생들에게 정부가 장학금을 지급키로 한것은 과학교육 진흥을 위한 주목할만한 착상이다.
문교부의 계획에 따르면 실시 1차연도인 85년에는 1천명을 선발, 1백만원의 국고장학금을 지급하고 86년에는 2천명으로 늘리는등 지급 대상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국내 자원이 빈약한 나라가 산업사회를 이룩하고 세계무대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 고급기술인력을 많이 양성하는 것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정부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고급두뇌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은 무성했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노력이 따랐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못할것이다.
90년대 들어 우리나라가 필요로하는 고급기술인력의 수요는 약52만명이 될것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은 추산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이 대학입시에서 자연계대 인문계의 비율을 6대4는 되어야한다고 말하는것은 이러한 필요성에서 나온 주장이다.
물론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자연계의 비율을 인문계보다 높여 잡는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연계로 몰리도록 유인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문교부 당국자의 말대로 그것은 장기적으로 능력있는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한가지 방법이기도하다.
공공장학금으로는 액수도 가장 많고 대상인원도 광범위해서 실시가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과학입국이란 보다 큰 국가적 명제를 놓고 볼때 자연계 학생에 대한 국고장학금 지급이란 구상은「조그마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인문·사회계 편중현상은 오랜 사회적 인습에서 우러나온 것일뿐 아니라 현재의 사회적 풍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많은사람들은 보다 편히 살수 있는길, 보다 큰 소리를 치며 살수 있는길이 있는데 왜 골치아프고 별달리 화려하지못한 과학자나 기술자를 택하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장래를 위해서는 우선 이같은 그릇된 인식부터 깨뜨려야한다. 그렇지않으면 과학입국이란 목표는 한낱 구호에 그치기 쉽다.
이공계학과를 지망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은 이밖에도 많다. 교수요원은 부족하고 시설은 빈약하기 짝이없다.
결국 문제는 재정투자로 돌아간다. 대학생가운데 자연계학생의 비율을 높이고 정부가 우수학생들이 이공계를 전공하도록 적극적인 유인체제를 마련했다해도 이들을 가르칠 구수요패이 부족하고 실험·실습기구를 갖추지 못한다면 과학교육의 실핵는 기대할수 없게된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있다. 과학기술의 지식양은 금세기들어 10년주기로 배가되다가 50년대 이후엔 5년주기로 배가되고 있으며 지금은 한해가 다르게 지식팽창의 속도는 빨라지고있다. 특히 전자·유전공학등 첨단기술분야의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신 것이다.
이러한 발전의 추세를 따라잡기 위해서 세계각국은 경쟁적으로 과학기술인력의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웃 일본의 국립대학이 자연계에 역점을 두어 고급두뇌 양성에 힘쓰고 대만이나 싱가포르등 우리와 경쟁관계인 나라의 자연계학생은 이미 6대4정도로 인문계를 능가하고 있다.
우리도 자연계대 인문계의 비율을 6대4정도로 조정해야 한다는 점은 본난이 누차 지적한바 있거니와 양못지않게 질의 향상을 위한 모든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것이다.
자연계대학생에 대한 국고장학금 지급이 과학립국과 고급기술인력의 확보라는 목표를 향한 첫걸음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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