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6자회담 개막] 북·미 경수로 이견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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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개막된 5차 북핵 6자회담에 참가한 각국 수석대표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5차 6자회담이 사흘간 일정으로 9일 공식 개막됐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수석대표는 이날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회담의 중심 논의는 공동성명 이행 세칙, 방법과 절차를 만드는 것"이라며 "성과를 얻는 게 쉽지 않겠지만 고도로 진지하게 (공동성명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참가국 대표들은 전과 달리 기조연설을 하지 않았다.

개막식에 이어 두 시간 정도 진행된 전체회의에선 회담 운영방안이 논의됐다. 오후엔 양자협의가 활발했다. 송민순 우리 측 수석대표는 "양자접촉으로 각국 입장을 들어보니 지구력이 필요하지만 이행계획에 도달할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돌아갈 때 가방이 더 가벼울 것"=우 중국 수석대표는 "회담에선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먼저 큰 틀의 계획을 정한 뒤 실무그룹 또는 전문가 소그룹이 구체적 세칙을 만들어 수석대표 회의에 제출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중국 측은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북.미 관계 정상화▶대북 에너지.경제 지원 등 3개 분야의 전문 실무그룹을 주장했다.

나머지 국가들은 대부분 "실무그룹 구성은 크고 복잡한 문제를 작고 구체적 문제로 나누는 효과가 있다"며 긍정적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실무그룹을 만들자"는 주장은 없었다고 한다. "구체적 논의는 다음 번에…"라는 식으로 회담이 진행됐다. 우리 측 회담 관계자는 "경수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실질 논의도 조심스레 피해가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덕담이나 농담없이 공동성명에 대한 견해를 실무적으로 쏟아냈다"고 말했다.

◆ 경수로 이견은 여전=크리스토퍼 힐 미측 수석대표는 "북한이 먼저 핵폐기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필요가 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를 이행하면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막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한 뒤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은 핵 프로그램으로,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도록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경수로를 제공받아야 NPT에 복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다. 또 HEU는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회담 관계자는 "설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10일 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관심을 모은 북.미 양자접촉을 전후해 한.미, 미.중, 미.일 등 양자접촉이 하루 종일 활발하게 이어졌다. 회담 개막에 앞서 댜오위타이에선 한.일, 미.중 양자협의가 열렸다. 북한과 일본은 전날 저녁 주중 일본대사관저에서 만났다. 한편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은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가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핵 연구를 일시 중단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 측에 남한의 핵무기 존재여부 사찰 수용,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폐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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