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 반 집 차로 구리를 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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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구리 7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창검이 난무하는 대혈전이 끝나고 계가하니 바둑은 반집 차. 열 집, 스무 집이 뭉텅이로 떨어져나가는 살벌한 접전 속에서 반 집은 스쳐 지나가는 풀잎 같은 존재였으나 그것이 결국 승부를 결정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거금을 들인 대사업의 성패가 최후에 호주머니 속 동전 한 닢으로 결정된다면 어찌 허망하지 않으랴. 그래서 승부는 운인가.

장면1=패싸움의 와중에 이창호 9단이 145로 따내버렸다. 귀를 살려주겠다는 타협책이다. 그러나 구리(古力) 7단은 주판알을 튕겨보고는 타협을 거부한다. 대신 146으로 단수한 뒤 우변 흑을 끊어 아예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참고도' 백1로 즉각 끊는 것은 팻감으로 좌변 흑대마를 잡더라도 흑6까지 우변이 몽땅 잡혀 아슬아슬하게 지고마는 것이다. 그래서 구리는 148부터 먼저 공격하여 대마를 키운다. 살을 찌게 해서 잡으려는 것. 154로 끊고 156으로 용패하여 드디어 정면으로 맞붙었다.

장면2=흑도 이젠 좌변 대마를 죽일 수 없기에 157로 받는다. 그리고 이 패는 165에서 결국 타협하게 된다. 백도 살고 흑도 사는 결말이다. 그런데 바둑판을 보면 169가 마지막 큰 곳. 이창호 9단은 구리의 도전을 잘 막아내 우위를 지켰고 끝내기 실수에도 불구하고 최후에 반집승을 거두게 된다. 이창호 8강 진출. (161, 164는 패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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