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 한국 불교의 원류를 찾는다 '다르마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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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불교는 종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불교는 중국을 통해 전해져 온 이래 나라의 기반이요, 전통문화를 꽃피운 원동력이자 서민의 정신적 안식처로서 우리 민족과 함께 호흡해 왔다.

동서양 문물의 교역이 이루어진 실크로드. 이 길은 불교의 가르침이 세상으로 널리 전파된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길을 '다르마 로드(Dharma road)' 즉 '진리의 길'이라 부른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의 혜초스님, <대당서역기>를 남긴 당나라 현장스님이 걸었던 바로 그 구법승의 길. 내딛는 걸음 걸음마다 저자는 이 길을 먼저 지나간 구법승의 경건한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험난한 여정에도 용기를 얻었다.

『다르마로드』(전 2권, 랜덤하우스 발간)는 2500년 역사의 불교 유적지를 취재하면서 한국 불교의 뿌리를 되짚어 본 대장정의 기록으로, 이는 곧 우리 정신세계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하는 발걸음이다.

이 책은 구법승들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재구성한 '21세기의 왕오천축국전'이라 할 수 있다. 싯다르타의 탄생지에서 출발하여, 2,500년 불교 역사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불교 성지들을 전격 답사한 탐방기로 그 규모와 내용이 매우 장대하다. 부처의 탄생과 고뇌, 수행, 깨달음, 수많은 제자들에게 설법을 펼치던 생생한 현장, 인도를 시작으로 네팔,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의 불교 성지를 비롯, 불교가 중앙아시아와 중국 대륙으로 확산되어 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불교문화의 마스터 북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발로 썼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철저한 고증과 탐방으로 제작됐다. 경전과 논문 그리고 관련서 등을 검토하며 3년에 걸친 준비를 마치고 경전과 기록에서 보던 불교 성지들을 일일이 탐방하여 만든 이 책은 유적지에 얽힌 역사적 배경과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사진, 답사지역의 지도,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의 팁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다르마로드』는 도약과 쇄신을 준비하는 현 한국불교계의 요구에 맞추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과 문화관광부가 후원하여 1,700년 한국 불교의 원류를 취재한 국내 최초 불교성지 순례기이다.

일찍이 다른 책에 담지 못한 불교의 역사와 문화, 각 나라들의 지리적 배경과 역사를 총망라한 인문 교양서로도 손색없다. 또한 불교 성지 순례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친절한 여행안내서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화와 미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책에 실린 사진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머나먼 이국 땅의 천 년 역사가 서려 있는 유적 현장 앞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 저자 소개: 조병활(불교신문 기자)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사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불교신문에 기자로 입사하여 <사찰의 미>, <한국의 미>, 한국불교 탄생의 배경이 된 승단(僧團)정화운동을 다룬 <다시 세운 정법당간>,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 <불교 속의 미술, 미술 불교> 등의 기획기사를 연재하였다. '간화선 수행법 논쟁'을 주도하여 1999년 당시까지만 해도 금기 가운데 하나였던 '간화선'에 관한 관심을 대중적으로 확산시켰고, 2000년에는 간화선 수행법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어 교계 안팎에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2002년 대한불교조계종 출범 40주년을 기념하여 문화관광부와 조계종 총무원의 후원으로 인도, 네팔, 중국, 북한 등 9개국에 이르는 불교 성지 순례 '다르마로드-불교의 뿌리를 찾아서'를 다녀왔다. 저서로는 《불교미술 기행》(이가서 펴냄)이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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