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억제와 소득세 증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 예산안이 초유의 흑자예산으로 짜여짐에 따라 5천5백억원의 흑자를 기록, 이를 양곡기금 적자보전과 차관도입 축소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같은 재정긴축이 경제안정화를 추구하는 정책방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7∼8%의 실질성장을 기대하는 것처럼 경제활동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동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내년의 재정운영은 오히려 팽창예산 때보다 더욱 어려운 고비가 산적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흑자예산과 관련해서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은 정부부문의 절제가 민간부문에 어떤 파급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순리대로라면 재정이 긴출할 경우 민간부문의 여력이 그에 상응하는 만큼 확대됨으로써 재정긴축에 따른 경기 억제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특히 재정기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만성적 팽창재정에 따른 민간 또는 금융압박이 심한 우리의 경우,재정의 절제는 기대이상의 탄력성을 가지고 민간부문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마련이다.
이점에서 보면 재정긴축의 효과는 적어도 우리의 경우 세출·세입의 양면에서 동시에 이루어질때 극대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그간의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재정적자의 누적이 심각한 당면과제인 만큼 이부문의 보전때문에 재정긴축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를 지니게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내년예산의 운용은 특히 재정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이 강조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재정지출의 효율과 직결되는 문제임은 이미 각계에서 지적한 대로다.
반면 세입의 경우는 재정운용의 긴축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과소평가 되고 있으나 이부문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경기의 견인력을 잃지 않으면서 흑자를 내야하는 어려움때문에 자칫하면 정책목표간에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런 우려의 가능성은 간접세의 지나친 비대화와 개인소득세에의 과도한 의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수계획에 따르면 5천5백억원의 흑자를 내기 위해 개인 소득세는 10.6%를 더 늘리고 부가세와 특소세도 7∼9% 가까이 더 거두도록 짜여있다. 반면 법인세는 세법개정에 따른 세율인하로 올해보다 3.1%가 줄어든다.
이같은 세수구조는 간접세의 비중을 64.3%까지 높임으로써 세수구조의 균형화와 소득재분배 기능은 크게 타격받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같은 간세비중 증가가 법인세율인하와 연관된 일시적 현상으로 볼수도 있으나 재정편의라는 눈에 안보이는 요인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측면은 개인소득세의 지나친 증수에서도 나타난다. 예산의 근거로 잡은 내년 경상성장율은 8.6%에 불과한데도 개인소득세는 10.6%의 증수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소득세 구조의 불합리를 반영하거나 아니면 조세운영의 불공평을 반영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소득세의 과중한 부담은 지난 3년여 동안 명목임금 수준이 현저히 억제된 현실과 연관시킬 때 크나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저임금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도한 조세부담은 근로자들에게 이중의 타격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재정긴축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되 조세의 실제운용 과정에서는 지나친 경직적 집행이 없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