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고아 2천여명 돌봐 온 "거지 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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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25사변이 나면서부터 전쟁고아들을 한두 명 씩 맡기 시작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먹일 끼닛거리가 없어 이 집 저 집 다니며 간장·고추장을 구걸하러 다녔읍니다. 세월이 많이 변해서 요즘은 아이들 취직 걱정이 큰 시름입니다.』
25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이메리) 주최로 열린 제2회 전국 사회복지 대회에서 사회복지 대상을 수상한 이귀임 여사(76·평택 천혜보육 원장)는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32년 동안 돌보아오던 고아들 걱정이 더 크다.
이 여사가 천혜보육원을 설럽한 것은 6·25 전쟁직후인 51년. 마땅한 수용장소가 없어 땅굴을 파고 그 안에 짚을 깔아 기거하며 고아들을 먹이기 위해 집집마다 구걸을 다닌 덕분에 그는 지금도 보육원장보다는 『거지 대장』으로 통하고 있다.
현재 보육원에 수용된 아동은 모두 66명. 30여년 동안 2천여명의 아동들이 이 여사의 손길을 스쳐나갔다.
『몸이 불편해 예전처럼 아동들을 돌보지 못해 안타깝다』는 이 여사는 힘 있을 때까지 보육원에서 일손을 놓지 않겠다고 소신을 밝힌다.
1928년 경성여학교 중퇴, 현재 경기도 한국부인회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이석제씨(80·과수원 경영)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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