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이 자명종 … IT 잠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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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정보기술(IT)업종이 이달 들어 모처럼 크게 올랐다. 그간 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금융.제약업종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증시 추가 상승의 열쇠는 IT업종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T업종은 '지수 1000시대' 를 연 주역이지만 정작 올해엔 시장 상승률에도 못 미칠만큼 주가 움직임이 둔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업종 대부분이 올들어 많이 올라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가총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IT업종의 상승 여부가 앞으로 증시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격 상승 시작됐나=이달 들어 거래소 시장의 전기전자 업종은 8.58%가 올랐다. 하이닉스는 15.49% 상승했고 삼성전자도 60만원대를 회복했다. LG필립스LCD와 LG전자 역시 오름세다. 코스피(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엿새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하이닉스.LG필립스LCD 등 대형 IT종목엔 여전히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렸다.

굿모닝신한증권 송명섭 연구위원은 "지난 석 달 간 매도 공세를 펼쳤던 외국인이 IT업종을 다시 사들이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IT업종의 상승은 미국 나스닥 시장이 주도한 전세계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나스닥 지수는 이달 들어 3% 이상 오르며 세계 IT 업종의 반등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외국인들의 IT업종 매수는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IT업종의 상승세는 다른 주요 업종에 비해 부진했다. 이달 4일까지 삼성전자 등 20개 IT종목으로 꾸린 코스피IT업종 지수 상승률은 13.1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36.39%)의 3분의 1 수준이다. 100% 넘게 오른 제약업종은 물론 증권(88%),은행(59%),보험(54%)등 금융업종보다 크게 뒤졌다.

◆ 힘 받는 낙관론=반도체와 LCD로 대표되는 글로벌 IT경기는 올해 별로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등 국내 IT 업체들은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선전했다.

한화증권 안성호 연구위원은 "부진한 세계 IT 업종 경기가 문제지만 시장의 선두 주자인 국내 업체들의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이라고 했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3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30%를 웃돌았다.

LCD TV 부문 등에서 새 시장 개척이 활발해 진 점도 IT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증권 김장열 IT팀장은 "플래시메모리와 TV용 LCD 등 새로운 주력 시장이 열리고 있어 내년엔 본격 호황에 진입할 것"이라며 "실적에 선행하는 주가의 특성상 연말 연초 상승장을 IT업종이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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