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올림픽축구 1차예선 1주일 앞으로|신예화랑호항로엔 파고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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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제 결단식>
축구 20년만의 올림픽본선진출, 과연 이뤄질 것인가.
24일의 결단식에서 필승을 다짐한 화랑은 운명의 무대인 방콕의 결전을 눈앞에 두고 낙관과 불안이 교차하는 미묘한 분위기 속에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11월1일부터 12일간 벌일 중공·태국·홍콩등 3개국과의 더블리그는 LA올림픽을 향한 첫관문. 5개 그룹으로 나뉘어진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1차 예선의 C조 경기다.
당초에는 역대전적으로보아 이 방콕이벤트를 비교적 낙관했었다. 3개상대국들은 지금까지 축구에 관한한 한국보다 열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화랑을 초조케하는 얘기들이 안팎으로부터 머리를 내밀고있다.
평균연령이 만20세도 채안되는 사상최연소의 국가대표팀인 화랑은 그동안 국내에서의 연습경기에서 16전 전승을 마크했고 4개국 친선국제대회에서조차 브라질에 유일한 1패를 당했을 뿐 상승을 구가했다.
이러한 훈련의 과정이 화랑에 큰 기대를 걸게한 것은 사실.
그러나 축구전문가들의 눈에는 화랑의 기본적인 취약점이 계속 사라지지 않았다. 경험부족으로 인한 선수개개인의 역량 (경기운영의 묘와 테크닉)이 미흡하고 공격과 수비, 그리고 링커진 모두에 그라운드의 지휘자격인 능숙한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안정되지 않은 링커진의 약세와 웡플레이어들의 스피드부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화랑의 약점은 바로 24일 결단식을 마친 직후에 마치 경고를 내리듯 냉엄하게 드러났다.
이날 실업축구 2부리그 소속팀인 서울 신탁은과의 마지막 연습경기(1-1)에서 심각하게 우려했던 급격한 난조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화랑은 일방적인 공세에도 최후의 결정타를 터뜨릴 줄 몰랐고 오히려 서울 신탁은의 노련한 선수 겸 트레이너 한문배의 기습에 골을 먼저 뺏기고 말았다. 화랑선수들은 줄기차게 훈련했던 포메이션 플레이를 제대로 용용하지 못해 박종환감독을 격노케 했다. 불같은 성격의 박감독은 지리멸렬하는 공격진의 플레이를 보다못해 선수들에 따귀라도 갈겨주고 싶다는듯 흥분했다.
『이와같은 불행한 난조가 방콕에서 돌발한다면 큰일이다-관전한 축구인들은 씁쓸한 기분을 금치 못했다. 홍콩은 거의 안중에 두지 않아도 된다는것은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중공과 태국은 백전노장들을 주축으로 하고있다.
최근의 정보에 따르면 중공은 지난 수개월간 동부유럽의 공산국들을 순방, 강도 높은 훈련을 쌓았으며 전력이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다. 지난달 메르데카대회에 참가한 네팔대표팀의 중공인 코치도 서슴없이 『중공대표팀이 아시아최고수준으로 강화되었다』고 말했다.
또 방콕의 퀸즈컵대회에 출전한 태국대표선수(작년12월부터 맹훈)들도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예기를 발휘했다』는등 직접 목격하고 돌아온 축구인들의 보고다.
화랑을 초조케하는 또 하나의 경기외적인 요인이 있다. 심판문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대회의 아시아지역 예선은 항상 심판문제가 말썽이었다. 심판을 금전으로 매수,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는 아시아축구계의 고질적 병폐다. 이점에선 한국이 언제나 피해국 이었다. 이번 방콕대회에는 중동지역의 심판들이 배정되었으며 한국은 중공과 태국보다 불리한 입장에 있는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방콕은 또 우기에 접어들었다.
세밀한 패스와 기동력에 의존하는 화랑은 방콕국립경기장이 폭우에 흠뻑 젖어버릴 경우 그 청룡도가 일거에 녹슬고 마는 불운에 빠지게된다.
박감독은 전에없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항상 그랬듯이 자신을 갖고 대회에 임할 것입니다. 태국은 물론 중공에도 이길 것 입니다. 경기의 종료 휘술이 울릴때까지 감독으로서 이러한 마음가짐엔 변함이 없습니다』더이상의 얘기는 하고싶지 않은 표정이다.
간신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우리선수들은 어리고 패기가 있읍니다. 이점이 강점이자 약점입니다. 평소 훈련한대로 정신 바짝차려 잘 뛰어만 주면 우리는 이깁니다. 그러나 조금만 몸을 사리거나 나태해지면 몰락하고 말것입니다』 <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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