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힌 민속 발굴|24회 민속경연대회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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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통의 문향 안동시에서 필쳐진 제24회 전국민속 예술경연대회 (21∼23일)는 아직도 묻혀있는 민속예술 발굴의 가능성과 지방축제로서의 정착 방향을 모색해보는 행사였다.
우선 이번대회에선 이북5도를 포함한 18개 시 도에서 모두 21개종목이 출연,열띤 경연을 벌였는데 그중 7개종목이 첫선을 보여 이 대회가 추구해온 발굴기능의 면모를 돋보이게
했다.특히 민속무용과 민요부문은 각각 2종목에 지나지 않아 양적으로 빈약했으나 『날뫼북춤』은 농악북춤의 참모습을 보여줬고 『청도 풍각농요』 역시 뛰어난 구성에 소박한 농
민의 노래를 잘 표현해 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이 대회가 24번을 거듭하는 동안 줄잡아 2백여 종목이 새로 발굴됐으나 그 전승은 미미하고 행사로 끝난 감이 없지 않아 발굴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추고 있다.
심사위원의 한사람인 정병호교수 (중앙대) 는 『놀이문화로서의 민속예술을 확립하고 이를 제대로 전송하기 위해서 이젠 청소년을 위한 본격적인 놀이발굴을 해야할때』 라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민속에 대한 추억을 심어주고 그 전승력을 키워주기 위해선 그들의 놀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끌어 들이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상을
수상한『의성가마싸움』 은 좋은 평을 받았다. 이 놀이는 양편 글방아이들이 수레처럼 만든 가마를 끌고 나와서 서로 부딪쳐 부수기를 겨루며 노는 민속놀이인데 의성중학교 2학
년학생 2백50명이 이 정겨운 놀이를 재현해 주었다.
지방축제로서의 방향모색은 이 대회가 지금까지의 대도시 개최 편중에서 탈피, 이번에 안동시에서 열린점에서 타진될 수 있다. 물론 안동지방은 민속예술에 대한 남다른 보존력을
보여왔고 이러한 토양이 이번에 이 대회를 유치하는데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듯 문이 열린 중소도시 개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주위에선 그것이 대도시중심의 문화평중에서 지방으로의 분산이라는 문화운동의 하나여야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그것은 또 문화력의 균형있는 성장을 위해 지방에 주어지는 활력소 같은 역할도 해야겠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민속예술이 그 현장에서 자생할수 있도록 도와 주기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점에서 무엇보다도 대도시에서 빚었던 쇼적인 대형화의 역기능에 대해선 개선의 계기가 마련되는 방향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되고있다.
행여나 대도시가 치뤄낸 그 이상의 전국규모 행사를 우리도 해낼수 있다는우월감이나 경쟁심이 유발된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 될 것이다. 대도시에 비해 월등한 주민들의 참여의식
을 바탕으로 놀이꾼과 구경꾼의 간격을 좁혀주고 신바람을 공감할 수 있는 놀이공간을 구성할 필요가있다. 놀이터를 놀이의 내용에 맞게 실내 · 외로 구분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문제다.
물론 현행의 경연 시상제를 순수 민속잔치로 전환하는 문제도 포함된다.
앞으로 중소도시에서 개최될 민속행사는 무분별한 대도시의 모방에서 탈피,특색있는 내실을 기하는 방향에서 정착돼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심사위원들은 『이번대회에 출연한 종목들이 내용이나 구성면에서 대부분이 수준급인 평준화를 이루고 있다』 고 설명하고 특히 「금산농악」 을 비롯한 농악부분에선 기량
이 향상되고 개인기가 뛰어났다』 고 평했다<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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