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성인병|한식과 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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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우리 주의에서는 외국산·외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볼수 있다. 우리의 경제수준이 낮았을 때 생겼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외제선호사상이 음식물에 까지 연장되는 경우를 볼수 있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보다 외국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서양의 음식이 육류를 중심으로 한 고칼로리식으로 우리의 평균적인 음식보다 열량 면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변비에 관한 한 한국의 음식이 양식보다 훨씬 우수하다.
한국음식의 주식이 되는 쌀·보리와 주요부식이 되는 김치에는 섬유질이 많이 들어있다.
변비란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소화되면서 소장·대장·직장으로 가는 사이 대장에서 수분이 너무 흡수 되어 내용물이 딱딱해진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섬유질은 소화가 안 되는 물질이므로 소화관을 지나는 동안 분해·흡수되지 않아 대장에서의 수분의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의 섭취는 변비를 예방해주게 된다.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섬유질이 부족한 육식을 주로 하는 때문에 변비뿐만 아니라 심장질환(관상동맥질환)·콜레스테롤의 과다·담석증·대장 안의 주머니 형성·치질·정맥류·대장암·당뇨병 등도 많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음식 속의 섬유질이란 한말로 식물성 음식을 구성하는 세포의 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포 안의 영양분을 우리가 필요로 하는데 워낙 세포가 작으므로 우리는 그 용기까지를 섭취하게 돼 이 포장용기가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는 것이다.
1백여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식물성 음식을 그대로 섭취했었다. 그러다가 기계의 발달로 여러가지 정제법이 나오면서 밀가루에서 밀기울을 제거하거나 다른 식품류에서도 이들 섬유질을 제거하는 방안들이 속속 등장하게됐다.
당시만 해도 인체에는 전혀 필요 없고 분변량 만을 늘려주는 섬유질의 제거가 큰 성공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서구제국에 성인병이 늘어나면서 그 원인을 캐던 중 섬유질이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식품을 섭취하는 아프리카인 들에서는 성인병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는데 주목해서 연구를 한 결과 섬유질이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섬유질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비셀룰로스다당체인데 이 물질은 과일 껍질이나 채소에 0.01∼0.05%, 채소의 뿌리에는 0.08∼0.18%, 콩과식물에는 0.42%가 들어있다. 이를 보면 식물성 음식은 자연이 주신 그대로의 섭취가 우리 몸에 유익하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더 나아가 섬유질이 많은 우리네 음식이 거의 완전소화를 목표로 만든 서양의 음식보다 어느 점에서는 더 낫다. 특히 변비예방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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