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파리대왕』 10여개사서 경쟁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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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3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월리엄·골딩」의 『파리대왕』 이 10여개 사에서 경쟁적으로 출판되고 있다. 수상발표가 있은 지난 7일 이후 10여일 만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면 우리 출판계가 홍역처럼 치러온 일이 수상작품의 출판이었고 타사보다 먼저 내놓아야한다는 것이 지상명제가 되었다. 이 때문에 시일에 쫓긴 나머지 부실한 번역이 많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실 번역의 문제와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이라 하더라도 많이 팔리지 않는 경향이 보여 2∼3년 사이에는 책을 내놓는 출판사의 수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 수가 부쩍 늘어났다. 그것은 올해수상자가 영국작가인 「골딩」인 까닭도 있다. 「카네티」나 「마르케스」등 81, 82년 수상자는 독어·스페인어 계통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영어권은 번역하기가 용이하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번역층이 두텁다 하더라도 짧은 시일 안에 훌륭한 번역을 해낼지 의문이다.
『파리대왕』 은 현재 신구문화사에서 나왔고 『후계자들』 은 중앙일보사발행「오늘의 세계문학」⑧로 출간 되였으며 동광출판사·어문각·민음사·청솔출판사등 4개 출판사에서 「파리대왕』 을 이어냈다.
또 소설문학·민예출판사·문예출판사·가야출판사 등에서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골딩」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파리대왕』에만 집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번 발표과정에서 『파리대왕』 이 대표작으로 소개 되였지만 「골딩」자신은 그의 작품 『후계자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외에도 『핀처 마틴』『거침없는 전락』『첨탑』등의 작품들이 있다.
수상작 발표와 그에 따른 관심에만 맞추어 한 작품이 집중적으로 소개되기 보다는 노벨상수상자의 여러 작품을 점하여 독자들이 그의 문학세계를 폭넓게 알수 있게 하는 것이 출판계의 의무이기도할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실한 번역과 작품해설이 담긴 책을 내놓으려는 출판사들의 양식이 요구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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