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 가로수 가지·뿌리 못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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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부산의 가로수가 양극화 현상을 빚고있다.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도심 곳곳에 심은 ‘낙락장송’이 우거져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일부 지역은 넓은 인도와 화단에 나무와 꽃들이 들어차 동산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존 가로수는 영양부족으로 말라 있고 지나친 가지치기로 앙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다른 도시에 비해 가로수와 수종이 적다.

◇환경 열악〓대부분의 가로수가 제대로 자랄 수 없는 곳에 심겨져 있다.찻길 바로 옆에 심어 뿌리가 잘 뻗어나갈 수 없는 나무가 많다.사람들이 뿌리 위를 밟고 다녀 땅이 단단해져 성장이 잘 안 된다.
각종 공해에다 어지러운 지하매설물도 가로수 성장을 어렵게 한다.

동아대 도시조경학부 박승범 교수는 “나무가 제대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화단 형태로 만들어 심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나무만 달랑 심어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수종 빈약〓부산시가 ‘푸른 부산 가꾸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쳤지만 수량과 수종이 빈약하다.

동아대 도시조경학부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엔 은행나무와 벚나무 등 22종에 9만1천여 그루의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63종(46만여 그루)의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일본 도쿄의 3분의1 수준에 그칠 뿐 아니라

서울(33종 27만여 그루),대구(33종 14만3천여 그루), 인천(25종 11만8천여 그루)보다도 적다.

부산의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35.3%로 가장 많고 벚나무 17.3%, 버즘나무 12.8%,해송 6.9%,느티나무 5.9%,후박나무 5.3% 순이다.전문가들에 따르면 가로수 종류가 다양할수록 대기정화가 잘 된다는 것이다.

◇관리 허술〓전포로 가로수는 한창 잎이 무성해야할 요즘 앙상한 모습이다.잎도 이제 겨우 났다.작은 가지를 쳐내는 것이 아니라 큰 가지를 마구 절단해 버린 탓이다.

중앙로도 마찬가지다.간판을 가리지 않도록 많이 잘라달라는 상인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실정이다.가로수에 걸려있는 전선·전화선도 가로수 성장에 장애가 되고 있다.

수십년 된 전나무·플라타너스 등을 절단하듯이 가지치기하기는 일선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연제구 연산동 모 초등학교의 전나무 10여 그루는 가지가 너무 많이 잘려 죽어버렸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최명섭 박사는 “가로수를 잘 키우려면 먼저 전선·전화선을 지하로 묻는 등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며 “가지치기는 잔가지를 솎는 수준에 그쳐야 하는데 큰 줄기 대부분을 마구 잘라 나무를 병신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나무 모양도 타원형·원형·삼각형 등 다양하게 가꾸면 도시가 더 아름다워 진다”며 “주변과 어울리는 나무 모양 만들기에도 신경써야할 때”라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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