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외교선배님들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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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존경하는 이범석장관님!>
바로 엊그제 서남아순방길에 오르시면서 남북소모전의 종언을 예언하시던 장관님께서 오늘 이렇게 폭력의 제물이 되어 유명을 달리하여 돌아오시니 이보다 더 원통하고 분한 일이어디 있읍니까?
때로는 호랑이처럼 소리지르시고 흥분하시고,때로는 조용히 호소하고 설득하여 우리 외교를 끌고 나가시기 1년반. 끝내는 그렇게 미워하시고 극복하려 애쓰시던 무이성·무양심의 폭력의 손에 희생당하셨읍니다.
이 참담한 순간에 하늘을 향하여 외교의 무력을 개탄하고 싶습니다.
희생 당하시던날 아침,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얻어 저에게 순방후의 외교추진에 관하여 말씀하시더니 이렇게 무참히 떠나십니까.
그날 아침 『버마는 조용한 나라여서 한 반년쯤까지는 근무하기 좋겠다』고 하시더니 그 조용하고 평화스러워 보이던 버마에서 가장 가증할 살인 폭력의 제물이 되셨읍니다.
버마의 치안이 원망스럽고 폭력의 주인공인 북괴의 잔악한 폭력주의에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장관님께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셔서 목사님 말씀도 가끔 인용하시고 때로는 아주 약하고 단순한 어린양임을 보이셨읍니다.
주의 품안에서 폭력이 없는 평화의 나라에서 고이 평안히 쉬십시오.

<존경하는 함병춘실장님!>
이제 문제가 있으면 누구에게 자문을 구하러 갑니까?
어떤 자리에서나 늘 선비의 마음과 처신을 가지시고, 허노하지 아니하시고, 담담하고도 조용히 양심과 열정을 소중히 여기시고 사리를 가르쳐 주시던 실장님, 더 전수하고 가르쳐주시고모범을 보여주실 것이 아직 너무 많은 터인데 너무 일찍 가셨읍니다.
실장님! 이 남북간에 정말 평화의 가교가 놓일수 있겠읍니까. 정말 대화로써 통일이 될 날이 오겠읍니까.
앞으로라도 우리나라를 보살펴주시고 인도하여 주십시오.사랑과 주의 따뜻한 품안에 영원히 쉬시기를 기도합니다.

<존경하는 김동휘장관님!>
외교에 일생을 몸담으시다가 최근에는 상공의 대임을 맡으시고도 새분야에서 큰공을 세우셔서 전공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본을 보여주셨읍니다.
장관님께서는 저희 후배의 자랑이요, 지묘가 되셨읍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라의 유위한 일꾼이요 모범되시는 선배님들이 한번에 가버리시는지….
온통 마음의 지주가 빠져나가 혼자 설 힘을 잃고 있습니다. 참으로 외교에나 경제에나 파괴는 얼마나 쉽고 건설이란 얼마나 어렵습니까.
영원한 주의 세계에서 평안히 쉬십시오.

<존경하는 이계철대사님!>
대사님은 그 끝없는 예의와 공손으로 저에게 깊은 교훈을 주셨읍니다.
어떻게 그렇게 겸양하고 예의가 밝으신지 거에게는 불가은의 하였습니다. 유엔에서 제가 모시고 지낸 1년여는 매일 저에게 큰 교육이었읍니다.
그 예절의 깊은 인품으로, 버마를 우리나라에 가까이 끌어들이시고 미얀마 외상을 방한 초청하시고 드디어는 대망의 정상방문을 성사시키시더니, 끝맺기 전에 먼저 가셨읍니다.
이 비정한 폭력배, 살인배들은 평화와 예절의 역군을 적으로 돌려고 이들을 제일 먼저 공격합니다.
그러나 저는 하느님의 질서에서는 사랑과 평화가 승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읍니다.
주의 안식처에서 평안이 쉬십시오.
이 크시고 주옥같을 선배님들!
어찌하여 이렇게 한꺼번에 가십니까?
여러선배님들은 평화와 개발과 헙력의 메시지를 들고 인방의교의 사절로 평화의 길에 서 계시다가 사악한 폭력의 희생이 되셨읍니다.
어느 나라보다 더욱 힘든 우리 외교의 주역들이 한꺼번에 가시니 저희가 이 어려운 짐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저희는 오직 선배님들의 그 메시지를 들고 외교의 행군, 평화·개발·협력의 순방을 계속할 따름입니다. 저희는 노력할 것입니다.
선배님들의 명목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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