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효과 의문" 서울대, 도입 않기로 결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서울대 의대의 이 같은 결정으로 아직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신청하지 않은 연세대.한양대 등 21개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여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왕규창 학장은 "의료인 양성 과정을 6년에서 8년으로 늘리면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만 가중되는 등 문제가 많다"며 "하지만 아직 교육부 최종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왕 학장은 또 "교육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BK21 사업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하지만 효과가 불분명한 제도를 무턱대고 도입할 수는 없다"며 "특정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선진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의대 측은 교육부의 지원 중단에 대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업 등의 분류를 마친 상태다.

교육부 변기용 대학원개선팀장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은 자율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강제할 방법이 없어 서울대의 결정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2009년 이후 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2010년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의무화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했거나 신청한 대학은 가천의대.건국대.경희대.충북대(이상 2005학년도 신입생 선발) 등 20곳이다.

김남중.박성우 기자

[뉴스 분석] 연대 등 21개 대학에도 영향 줄 듯

서울대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교육부의 전문대학원 정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교육부는 '자율 결정'을 내세웠지만 모든 의.치대를 전문대학원 체제로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대학을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원 체제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서울대는 전문대학원 전환이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연구력 향상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환을 거부했다. 연세대.한양대 등 아직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21개 대학들도 서울대의 영향을 받아 '전환'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들은 서울대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고 자신들만 전환할 경우 우수학생 유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행 체제로는 6년 만에 의사가 되지만 전문대학원 체제에서는 8년을 공부해야 의사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전문대학원 정원의 5%까지 '학부 2년+대학원 4년(2+4학제)'체제로 모집하는 것을 허용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2+4학제 적용 학생 비율이 정원의 50%는 돼야 한다며 교육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교육부는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2단계 한국두뇌(BK21)사업 지원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선정을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연계하겠다고 강경 방침을 천명했지만 이마저 효과가 없었다. 서울대는 지원을 못 받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까지 염두에 두는 등 배수진을 친 상태다.

교육부는 의학전문대학원 자율전환이 일단락된 후인 2010년 특별법을 만들어 미전환 대학을 일괄 전환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일괄 전환을 추진하면 서울대 등 전환을 거부한 대학들의 반발은 더욱 세질 전망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이 41개 대학 중 20개(현재 기준)만 이뤄지는 반쪽짜리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