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800만 달러 계약, 광주대는 수출 전진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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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 ‘청년무역전문가 양성 사업단’ 학생들이 12일 대학 강의실에 모여 화장품과 허브 제품 등 수출 유망 품목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광주대 4학년 송다인(23·여)씨는 본래 도시계획부동산학과 학생이었다. 하지만 3학년 때 중국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진로 변경은 대학의 ‘청년무역전문가 양성 사업단(GTEP)’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1학년 말부터 프로그램에 참가해 무역 실무를 익힌 그는 2012년 2월 스페인 무역박람회에 직접 참가했다. 이를 위해 두달 전부터 스페인어를 배우고 프리젠테이션 자료까지 만들어 외우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마드리드에 가서는 전시 부스를 차리고 식품의 신선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진공 지퍼백에 대한 홍보 마케팅을 펼쳤다. 제품은 대학과 산학협력 관계에 있는 업체가 생산한 것이었다. 송씨는 3명의 동료 학생과 함께 박람회 준비부터 현지 상담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

 귀국 후에도 바이어들과 사진·e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친교를 다졌다. 신제품이 나오면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송씨는 2013년 9월 스페인의 한 주방용품 업체로부터 60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고무된 송씨는 광활한 중국 대륙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는 무역상이 되겠다며 전공을 바꾸고 1년간 중국 연수를 다녀왔다. 송씨는 “해외 바이어 설득은 끈질긴 집념과 열정이 열쇠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탄탄한 무역 노하우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진 중화권 전문 무역상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광주대는 송씨와 같은 학생들을 매년 30여 명씩 길러낸다. 글로벌 무역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GTEP를 통해서다. 광주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에 올해 9년째 선정됐다. 광주·전남 지역의 21개 4년제 대학 중 유일하다. 전북 지역에서는 전북대와 호원대가 ‘청년무역전문가 양성 사업단’을 운영한다.

 광주대 사업단은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무역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생을 선발한다. 보통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선발된 학생들은 매주 월·화·목요일 2~3시간씩 수출 전사로 거듭나기 위한 맹훈련을 받는다. 세계시장과 경제 현황, 무역법·관세법 등을 배우고 수출입 계약서 작성법, 신용장 여는법, 외환 등에 대한 실무 지식을 익힌다. 틈틈이 산업체를 찾아다니며 수출입 유망 아이템도 직접 발굴한다. 학교 지원을 받아 연 3~5회 박람회에도 참가해 실전을 쌓는다.

 성과도 크다. 지난 8년간 150여 차례의 국내외 박람회와 수출상담회에 참가해 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인력 부족으로 수출은 엄두를 못내는 광주·전남 지역 중소기업들에게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학생들 도움으로 루바니(의류가방)·그린라이프(허브)·해미로식품(해조류) 등이 해외 수출길을 텄다.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갑용(물류유통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중국 등과의 잇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세계시장에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지방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친환경식품과 지역농산물의 해외수출을 담당할 중추 인력을 길러내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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