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telling '지옥의 가주 프리웨이'] "아, 거기도 가시려고요"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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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LA의 405번 프리웨이가 속력을 내지 못하는 차들로 꽉 막힌 모습. 405번 프리웨이는 `가주 최악의 프리웨이`에서 2위를 차지했다. 백종춘 기자

주말 한국에서 시누이가 왔다.

만약 친구였다면 간단히 그로브(Grove)에서 쇼핑을 하고 라치몬트에서 브런치를 먹었을 것이다.

토요일 아침부터 명품 구경한다고 코스타메사까지 가는 지옥의 드라이브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누이는 "라구나 비치 보고 사우스코스트 플라자 잠깐 들리면 딱 좋은데… "하며 기어코 핸들을 잡게 했다.

170번 프리웨이를 타고 샌퍼낸도 밸리에 갔다. LA 우리집에서 밸리까진 조금 막혔지만 참을 만했다. 한참 동안 아무것도 없는 동산 위에 올라가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던 시누이는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쇼핑할 목록을 놓고 왔다며 집에 잠깐 들르자고 했다. 짜증이 났지만 웃었다.

LA에서 사우스코스트 플라자까진 42마일. 평일 막히지 않아도 1시간 15분은 족히 걸리는 곳을 주말 오후에 가려니 거북이걸음이 따로 없었다.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를 잇는 5번 프리웨이는 워낙 통행량도 많지만 보수·확장공사로 인한 정체도 심한 곳이다. 현재 진행중인 공사는 2016년 완공예정인 오션뷰 보수 프로젝트(오렌지카운티 남쪽~샌디에이고카운티 경계)이며 5번 프리웨이 선상 어바인~터스틴 9마일 구간에 새로운 차선을 추가한다는 계획이 추진중으로 나타났다.

다시 한 번 되뇌지만 5번 프리웨이는 정말 지옥이다. 쇼핑을 하는 둥 마는 둥 2~3시간 동안 돌아다니다가 집에 가자며 차에 탄 시각은 오후 7시. 앞차 범퍼만 보고 엑셀을 밟은 지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소방차의 요란한 사이렌이 울린다. 옆에 앉은 시누이는 "이 나라는 왜 이렇게 사고가 많아요? 고속도로가 왜 이렇게 좁은 거야"하며 혼잣말을 반복한다. 집에 도착하니 시침은 이미 숫자 9와 10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며칠 뒤, 알게 된 내용이지만 5번 프리웨이는 가주 전체에서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였다. 1년 동안 5번 프리웨이 위에서 흘려 버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59만 시간에 달한단다. 59만 시간이면 67년 3개월이다. 밸리 가는 길도 우습게 볼일이 아니었다. 170번 프리웨이는 주 전체에서 세 번째로 '짜증나는' 구간이다.

LA에 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아, 정말 네브래스카 같은 시골에서 운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수치로 직접 보니 역시 LA·오렌지카운티는 운전자를 위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출·퇴근 시간과 주말을 피해도 사고 한번 나면 제자리걸음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누이는 내일 샌디에이고(405번 프리웨이)에서 물개떼를 보고, 다이아몬드바(60번)에서 골프를 치겠다고 한다. '가주 최악의 프리웨이'에서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했다.표 참조>

LA인근 프리웨이는 '앵그리(angry)웨이'다.

☞스토리텔링= 특정 사건이나 자료 등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체로 풀어내는 형식입니다. 이번 기사는 가주교통국의 수치와 자료를 참고해 구성했습니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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