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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일본영화 전용관…좋은 작품이면 통할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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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런 와중에 일본영화사 시네콰논이 이달 중순 서울 명동에 일본영화 전용관 1개를 포함한 5관짜리 극장 'CQN명동'을 연다. 기존 '캐츠21'극장을 5년간 임차해 내부수리와 개관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애숙(38) 이사를 만나 시네콰논의 생각을 들었다.

시네콰논은 충무로에 낯설지 않은 회사다. 94년 '서편제'를 시작으로 일본 내 한류열풍의 원조 격인 '쉬리'를 비롯한 한국영화를 일본에 적극적으로 소개해왔기 때문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살인의 추억''복수는 나의 것''오아시스''스캔들'등이다. 이봉우 대표는 2003년 부산영화제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이봉우 대표와 이애숙 이사는 재일동포 출신 친남매다. 당초 저널리즘을 공부하러 프랑스 유학을 떠났던 이 대표는 뜻밖에 영화에 매료됐다. 89년 귀국 직후 미국.유럽 등의 예술영화 수입.배급을 시작했다. 자연스레 동생도 동참하게 됐다. 시네콰논은 제작에도 뛰어들어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 김대중 납치사건을 다룬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KT',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은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등에 참여해 왔다.

"극장에 오는 손님을 직접 보면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제작과 배급을 해왔으니 극장까지 삼박자가 갖춰져야 영화산업이라고 하겠죠." 시네콰논은 일본에서 2년 전부터 도쿄.고베에 극장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한국 진출은 거기에 양국의 문화교류를 본격화하고 싶은 바람이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영화가 일본서 많이 팔린다는 건 두 나라의 감성이 맞는다는 얘기입니다. 그 역도 가능하죠. 한국영화에는 없는 감성을 일본영화에서 찾고싶은 한국관객이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국내영화사 스폰지가 수입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예일 것 같다. 지난해 겨우 5개 관에서 개봉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4만5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런 관심은 올 가을 재개봉으로까지 이어졌다. "와이드 릴리스(첫 주에 수백 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것) 위주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개봉 방식이 다양합니다. '조제…'같은 경우는 도쿄의 한 극장에서 개봉해 전국으로 차츰 확대됐습니다. 처음 개봉해서 종영까지 보통 3개월이 걸리죠. 이후 DVD 판매도 활발합니다." 그는 "이런 일본 영화의 순제작비는 2억~3억엔대에 불과하다"면서 "보통의 한국영화보다 적은 돈을 들인 일본영화들이 한국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실 멀티플렉스에 밀려 국내 기존극장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90~140석 규모에 불과한 CQN명동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또 스크린 쿼터의 적용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그동안 일본영화를 소개해온 국내 관계자 사이에는 CQN명동이 실패하는 경우 "자칫 일본영화는 국내에서 흥행이 안 된다는 인식을 굳히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소개하면 그만큼 관객이 늘지 않겠느냐"고 했다. "좋은 감독이나 배우를 찾아서 불법 사이트에서 일본영화를 보는 한국관객들도 많지 않습니까. 당연히 좋은 화질로는 더 많이 보겠죠."

일본영화 전용관의 개관작품으로 검토 중인 타이틀은 '박치기'(사진(右)). 이미 국내 팬들에게도 알음알음으로 알려져 있는 영화다. 68년 교토를 무대로 조총련계 재일동포인 조선학교 학생들과 일본학생들 사이의 유혈낭자한 육박전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언뜻 청춘코미디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일한국인들의 한과 현실, 양쪽이 이뤄내는 쉽지 않은 화해가 놀랄 만큼 가슴 뭉클하다. 지난해 일본개봉에서도 극장수입 5억엔, DVD 판매 3만 장이라는 성공을 거뒀다.

"실제로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양쪽 학생들의 싸움이 대단했어요. 싸우다 죽는 사람도 있었고, 지하철 안에서 여학생 치마가 칼로 찢기는 일도 많았고요." 현재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조선학교를 나온 이들 남매의 경험은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글=이후남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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