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권정당 재건 기대 한몸에|40대에 영노동당수가 된 키노크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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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 노동당의 새당 「닐.키노크」의 등장은 눈부신 바가 있다.
41세의 젊은 나이에, 그리고 의회에 발을 들여 놓은지 불과 13년만에 노동당의 당수직에 오른 사실은 영국과 같은 정치풍토에서는 유례를 보기 힘든일이다.
「대처」수상이 보수당의 당수가 되고 수상이 되기 까지의 과정(59년 의회진출, 75년 당수, 79년 수상)도 눈부신 바가 있는데 「키노크」는 그것보다 더빠른 출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6월 총선직전 까지만해도 「키노크」라는 사람이 이렇게 빨리 당의 정상에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록 노동당이 지난번 총선에서 보수당에 대참패를 했고 60년래 가장 낮은 지지율(지난주 모리스 여론조사결과 노동당 27%, 이에 비해 보수당은 45%)의 바닥에 떨어져 있지만 어쨌든 보수당정권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젊고 박력넘치는 새당수를 뽑았다는 사실은 뉴스의 각광을 받기에 충분하다.
「키노크」가 당수로 급격히 부상한것은 지리멸렬상태에 빠진 노동당이 박력있는 젊은 당수를 찾고 있었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뛰어난 정치적 능력으로 잘 요리한 덕분이다.
69세의 「푸트」당수가 영도하는 동안 노동당은 무기력과 자체내분에 휘말려 일반국민으로부터의 외면은 물론 노동당당원의 이탈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었다.
「키노크」는 노동당원의 출신성분으로서도 걸맞게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엘리트를 배출하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가 아닌 카디프대학을 나왔다.
학생시절 공부보다는 럭비와 합창단활동에 더 열심이었고 학생연맹회장을 지내 일찍이 정치에는 개안한 셈.
그의 정치감각이나 철학은 「푸트」전 당수와 아주 흡사하다.
따라서 그의 정치노선은 「푸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지난번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점을 유의, 일부 정책수정은 불가피할것으로 보인다.
이미 EEC로부터의 탈퇴는 번의를 했고 핵무기의 일방적인 철폐 및 NATO로부터의 탈퇴가 당 내 논쟁거리로 제기되고 있다.
온건우파를 대변하는 신임 「해터슬리」부당수는 현실론의 입장에서 핵무기의 일방적 철폐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키노크」자신은 중도좌파이긴 하지만 극좌파는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있다.
사민당(SDP)과 민주당이 젊고 인기있는 당수를 중심으로 진용을 정비한데 이어 노동당이 40대 기수를 내세움으로써 영국의 정치풍향은 더욱 박진감 있게 전개될 것이 거의 분명해졌다.
79년이후 야당으로 밀려난 노동당이 새 젊은기수를 맞아 다시 다수당의 자리를 탈환하게 될것인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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