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확보 남용에 제동|개정된 경범죄 처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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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경범죄처벌법개정법률안」은 54년4월1일 법률제316호로 제정된뒤 4번째의 부분수정이 되는 셈이다.
경범죄처벌법은 성질상 국민모두가 반드시 지켜야할 공중질서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기본적인 법률. 따라서 사회가 발전되고 사회적 여건이 변함에따라 이법도 그 내용이 정비·보완되어야만한다.
주거부정 배회자에 대한 처벌구성요건을 강화한 개정안 제1조제3호는 지금까지 수사기관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써오던 신병확보수단에 브레이크를 건 조항.
어떤 사건의 용의자를 붙잡아다 놓고 혐의사실의 입증이 어렵거나 장기간 구금상태로 불법적근거가 애매모호할때 으례 적용하던 것이 바로 「일정한 주거없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는 경범죄처벌법 조항이었다. 경찰의 각종 일제단속때 걸려들어 주민등록증을 갖고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흔히 즉결에 넘겨지는게 이조항이었다.
그러나 재정안은 「일할능력이 있는데도 취업의사없이」 떠돌아다니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자로 개념을 명확히 함으로써 광범위한 대상에서 소위 「건달패」·「룸팬」족으로 제한되었다.
인권보호라는 측면에선 개정안제1조 제42호도 뜻을같이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의 지문채취는 반드시 범죄의 혐의가 있을때만 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구법(구법)은 「경찰관 또는 검사의 지문채취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할수있도록 규정, 이조항은 수사기관의 「겁주는 용도」로 쓰인게 사실이다.
따라서 개정안에서는 「범죄의 혐의가 있을때」라는 명문규정을 삽입함으로써 국민에게 심한 혐오감과 공포심마저 주는 지문채취의 남용을 금지했다.
굴뚝이외에 하수도 물받이 에어컨 환풍기의 바람따위를 규제한 것은 「주거의 공공성」을 강조한 조항.
한여름 보도위를 걸을 때 지하음식점이나 다방 등에서 보도와 같은 높이로 설치한 에어컨에서 내뿜는 더운 열기를 불쾌하게 느낀 경험은 많다.
또 고층빌딩의 사무실마다 걸어놓은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얼굴에 맞아본 사람도 많다.
이는 남이야 어떻든 나만 시원하고 우리집 하수도만 잘빠지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 개정안은 도시공간의 쾌적·도시인 상호간의 상린관계를 강조, 모두 즉결대상에 넣은 것이다.
프로야구·프로축구·지역대항 고교야구·프로권투 등 각종 운동경기의 참여와 열기가 높아지면서 신설된 것이 「의식방해」조항.
종전에는 심한 야유·욕설·고함·이상한 몸짓 등으로 경기진행을 방해했을 때 처벌대상이 되었으나 앞으로는 이런 쟁의를 유발할 물건인 술종류를 갖고 경기장안에 들어가는 것조차 단속대상이 된다.
또 지금까지는 국민학교도의 교과서에서 교육용으로 가르치던 나무·꽃안꺾기·돌안캐기 등 공중도덕사항이 경범죄처벌대상으로 포함됐다. 뿐만아니라 바위·거목 등에 자기이름따의를 새기는 산행인들도 처벌을 받게된다.
타법을 원용해오다 신설 또는 수정한 조항이 「청객행위」와 「비밀댄스」. 길가에서 소형스피커를 통해 선전하거나 큰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것도 일종의 소음공해. 과거에는 단속공무원이 말리는데도 안들으면 이를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했으나 이 법 적용에는 상대로부터 폭행 또는 협박을 받아야만되는 단서가 있어 단속이 어려웠다. 개정안의 신설로 앞으로는 관계공무원의 1차경고에도 행위를 계속하면 바로 즉결에 넘겨진다.
사설강습소에관한 법률로 다스리던 비밀무도장은 항상 「계속성」이 있어야한다는 조건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장소의 개념까지 확대, 공연하지않은 즉 허가되지않은 모든 장소에서의 비밀댄스교습·장소제공자는 모두 처벌된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크게 인권보호·미풍양속보존·생활패턴변화에 따른 질서의식고취 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 자체가 국민의 거동 하나하나에 대한 최초의 규제법이고보면 그 운용은 백벌일계가 아닌 일벌백계를 택하는것이 「모조리 걸리는법」이란 비난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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