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 + 콘서트홀 진정한 다목적홀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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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남 김해시 내동 1131번지. 25일 개관을 앞둔 9476평 규모의 김해문화의전당(사장 김승업)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5일엔 유라시언 필하모닉(지휘 금난새)을 초청해 음향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유라시언 필은 26일 개막 공연에도 출연한다.

김해문화의전당은 국내 최초의 진정한'다목적홀'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공연장인 마루홀(1464석)은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을 한 건물에 모아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돈이 많이 드는 전용홀은 세우지 못했다. 그대신 첨단 공법으로 모든 장르를 수용하는'움직이는 공연장'을 만들었다. 천장과 벽면에 흡음 커튼을 설치해 잔향(殘響)시간을 1.5~2초로 조절할 수 있다. 지방 문예회관의 공연장이 대부분 부채꼴인데 반해 이곳은 말발굽형(오페라하우스)과 구두상자형(콘서트홀)을 절충했다.

다목적홀에서 교향악 연주시 소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음향 반사판이다. 그런데 오페라.뮤지컬을 공연할 때는 반사판을 걷어야 한다. 음향반사판은 천장의 배턴(조명과 무대장치를 매다는 쇠막대)에 매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무거운 반사판은 쓰지 못했다. 사용 가능한 배턴 수도 몇개씩 잡아 먹는다. 하지만 김해문화의전당은 레일 위로 움직이는 벽면 이동식 음향 반사판을 도입했다. 세팅에 1시간이나 걸릴 만큼 무겁고 두터워 음향 반사율이 높다.

로비.기계실.화장실.조명실 등의 소음.진동이 객석으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두께 150㎜의 고무 패드도 설치했다. LG아트센터에 이어 국내 두번째다.

설계자 신동재(42.다울 건축사무소 대표)씨는"객석 2,3층 발코니석에 가장 신경을 썼다"며 "음향 반사뿐 아니라 관객과 무대, 관객과 관객 사이의 시각적.청각적 친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해시(시장 송은복)가 공연장 타당성 검토와 설계 현상 공모에 들어간 것은 1996년. 준공까지 10년이나 걸렸다. 외환 위기로 예산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선진국의 최신 시설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

설계자.음향 컨설턴트(전진용 한양대 교수)와 김해시 공무원들은 30여 외국 공연장을 다녀왔다. 미국 댈러스 메이어슨 심포니홀, 도쿄(東京) 신국립극장,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등이다.

김해문화의전당은 연지교를 사이에 두고 김수로왕릉,대성동 고분군, 김해 박물관 건너편에 있다. 연지공원, 김해 학생체육관 등과 함께 해반천 일대를 문화벨트로 만들고 있다.

김해=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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