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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언론자유 침해 심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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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학생 제적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처음엔 "피해학생과 가족들이 행정소송이나 민원을 제기하면 진상조사에 나설 수 있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도교육청의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결국 학교 측은 15일쯤 후 제적 학생을 복교조치했다.

또 10월 10일치 서울의 동덕여대 학보가 제호 없이 발행됐다. 총장 비판기사를 싣자 학보사 주간인 하일지 교수를 학교 측이 주간직에서 해임한 것이 발단이었다. 나아가 학교 측은 "학보의 기사와 칼럼이 학교 쪽에 반대하는 입장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이유를 들어 학보 발행을 중단시키기까지 했다.

이에 반발한 학보사가 학생기자들의 개인 돈과 학보사를 지지하는 교수들이 지원한 광고비를 모아 제호 없이 학보를 발행한 것. 학보 발행을 중지시킨 김태준 부총장은 "설문조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학교에 비판적인 교수들이 주로 참여해 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책임을 묻고 지도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에 든 두 가지 사례는 학교에서의 언론자유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연히 해당 고교나 대학교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고교.대학 가릴 것 없이 언론자유 침해가 만연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의 학교신문과 교지 지도를 맡고 있는 나로서도 직접 겪은 일이다. 전임지에서 1학기 예정이던 수학여행이 2학기로 늦춰진 것에 대한 학생기자의 비판적 칼럼을 발행 전에 그의 담임이 보고 빼달라고 항의한 일이 있다. 또 학교급식에 대한 학생기자 칼럼이 실린 신문이 발행되자 행정실 담당직원이 마구 화를 내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와 달리 대통령을 비판해도 그 신문이 폐간되지 않을 만큼 언론자유가 신장되고 그만큼 민주화가 이루어졌는데, 학교에서는 학생이 제적당하고 학보가 발행중지를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엔 언론자유, 나아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아주 '무식한' 조직적 이기주의가 스며 있다. 학생으로부터 급식의 질이 형편없다고 지적을 당했으면 다시 점검해 개선해야지 제적시킬 일이 아니다.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교 측에 비판적이라고 학보 발행을 중단시키면 민주사회에서 신문이나 방송사가 존립할 수 있겠는가?

그렇듯 학생의 의견이 두렵고 학보사의 비판적 기사(칼럼 등)가 찔리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평소에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잘하면 될 일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자가 있거나 어떤 빌미를 주었을 경우에도 '진상은 이렇다'는 반론을 통해 자세히 해명하면 될 일이다.

학생 제적이나 학보 발행 중단 조치는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단순히 복교나 발행 재개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학교 측의 직권남용 등 그에 상응하는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학생이 쓴소리 한 마디 했다고 제적당하면 무릇 학교의 그 '민주시민 육성'은 고사하고 애써 이룬 민주사회를 버리겠다는 것인가?

장세진 전주공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