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옛날 같으면 명절날 이웃에 떡을 돌리고 먼 친척집에는 술을 한 병 들고 가 같이 인정을 나누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인구가 늘고 도시가 복잡해지면서 선물을 주고받고 싶어도 부피가 큰 물건은 들고 다니기가 어렵게된게 현실이고, 이 때문에 상품권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상품권은 잘만 활용하면 특히 받는 사람의 취향과 의도를 짐작키 어려운 물건의 선물로도 좋고 기업측에는 매출이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상품권이 말썽이 되는 것은 살 때와 팔 때가 다른 상도덕의 부재 때문이다. 돈은 이미 받았으니 손님은 마구 다뤄도 괜찮다는 풍토가 문제다.
최근 백화점과 기타 업계에서는 추석을 맞아 상품권의 부활을 당국에 건의한 바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상도의의 회복 없이는 상품권 부활은 하나마나이고 또 대대적인 판촉작전으로 일어날 과대한 선물주고받기 풍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장재석 <경기 시흥군 과천면 주공아파트 636동302호>
얼마 전, 생일 선물로 L양화점의 3만원 짜리 상품권을 받았었다. 동생과 함께 명동에 있는 본점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구두를 골라 가격표를 확인하니 2만5천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구두를 들고 카운터로 가서 상품권을 꺼냈더니, 차액을 현금으로 내줄 수 없으니 3만원짜리로 다시 고르든가 차액에 해당하는 지갑을 사라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구두로 고르기 위해 한참을 살폈으나 마음에 드는 것은 상품권에 기입된 액수보다 싸거나 비쌌다. 결국엔 차액에 해당되는, 별로 소용되지도 않는 동전지갑으로 대신 가져오긴 했으나 매우 불쾌했다. 구두의 색상이나 디자인보다 가격표위주로 골라야하니 말이다.
홍성순<서울 성동구 성수동 1가 656의 538>
상품권발행에 따른 폐단을 없애기 위해 발행 금지된 후 상품권이란 말이 사라진지도 여러 해다. 그러나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이름만 틀린 유사상품권이 유통·판매되고 있어 금지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점도 사실이다.
원래 상품권발행은 바람직한 측면에서 시작된 것으로 일부기업이나 사용자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본래의도가 왜곡되고 결국 발행금지를 몰고 왔다.
그러나 상품권은 편리한 점도 있다. 예컨대 선물을 주고 받을 경우, 각자 개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주고받는 쪽의 부담감도 덜 수가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상품권의 발행목적을 일반에게 널리 홍보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을 규제한다면 상품권사용을 부활시켜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박의근 <서울 강서구 방화1동 249의 91>
얼마 전, 졸업선물로 구두상품권을 하나 받은 적이 있다.
겨울구두는 있고 해서 같이 취급하고있는 핸드백으로 교환을 요구했으나 그렇게는 안된다고한다. 그렇다고 해서 몇 달 기다려 여름구두를 맞추려해도 기간이 3개월로 정해져 있고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도 환불이 되지 않아 억지로 사는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회사는 상품권을 남발해놓고 문을 닫게되어 상품권이 마치 부도수표처럼 허공에 뜬 경우도 주변에서 가끔 보아왔다.
그러나 상품권은 선물할 사람이 받을 사람의 정확한 치수나 기호를 모를 때 아주 편리하게 이용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강연옥<부산 영도구 동삼동227의228>
인사를 가자니 마음이 내키지 않고 그만 두자니 마음에 걸린다. 이럴 때는 명절이 왜 정해져서 서민을 괴롭히는가하는 생각과 함께 총천연색 상품선전물이 붙어있는 백화점 생각이 떠오른다.
잘 진열된 상품을 곱게 포장된 선물을 듬뿍 사다가 가까운 이웃들, 존경하는 분들에게 한아름씩 드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가도 눈을 돌려 외면을 한다.
꼭 선물을 받아서 즐거워할 사람이라면 받지 않고서도 항시 따뜻한 인정이 오고갈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는 사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품권도 마찬가지로 물건은 일시적 마음의 충족감을 주겠지만 진실은 영원히 마음속에 뿌리가 내린다는 점이다.
김경보<서울 동작구 흑석1동 237의 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