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는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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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늘은 아버님께서 그이랑 함께 벌초를 하고 오셨다.
산소가 좀 먼 곳에 있어 자주는 갈 수 없지만 그래도 추석 전에 벌초하는 일만은 절대 잊는 법이 없다. 시키는 이가 없는데도 이어져 가는, 이건 참으로 아름다운 풍속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이제 추석도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는 절후가 다소 늦은 편이어서 햅쌀로 송편을 빚기는 틀려 유감이지만 묵은 쌀이 넉넉하게 있으니 걱정은 없다.
그러고 이건 좀 부끄러운 이야기가 되겠으나 나도 추석을 은근히 기다린게 사실이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린시절만큼 간절하진 않아도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남아있게 마련인 동심으로 조금씩은 기다렸는지 모른다. 갓 해 입은 저고리 동정처럼 그렇게 횐동심때문말이다.
우리 나라엔 예부터 인정이 많아서인지 음력을 중심한 명절이 다달이 있다. 한데 그 중에도 추석이 가장 으뜸인 것 같다. 설날도 물론 큰 명절로 치지만 요새는 신정을 쇠는 사람, 구정을 쇠는 사람, 이렇게 2중이어서 어딘가 씁쓸한 느낌이 없지 않고, 또한 다른 명절은 대개가 양력중심의 국경일 때문인지 거의 잊혀져 가는 형편이다. 하나 추석은 기후까지도 춥지도 덥지도 않고 알맞으며 석가탄일과 함께 국가에서 인정하는 음력공휴일이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아무리 가난해도 추석에 송편쯤은 다 빚지만 그래도 이웃끼리 나누어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우리지방의 미풍이다. 그리고 연세가 높은 노인이 있는 집엔 비록 먼 거리라 해도 한마을 안이면 갖다드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석을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서 「추석」말고도 「가위」「한가위」「중추절」「가배」등 재미있는 이름이 많고 우리지방에선 그냥 「팔월」이라고 부른다.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어린 호칭이다.
이제 또 추석준비로 내일은 도배를 해야겠다. 이탯동안이나 안해서 빛깔이 많이 바랬다. 그리고 어머님 머리 가리마가 또 하얗게 되었던데 염색도 해드려야겠다. <경북 금릉군 감문면 완등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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