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찬 저항의 절규|파리 퐁피두 센터서 폴란드 전위예술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에서는 폴란드 전위예술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폴란드예술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방세계 예술가들은 이 작품들이 주는 도전적이고 저항에 가득찬 설렘에 충격을 받고있다.
이 작품의 특색은 도전적 전위작품들이다. 즉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미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수 없고 저항의 절규가 긴박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들은 이 전시회를 통해 비로소「비트키비치」 「스트르제민스키」 「코브로」 「스타제프스키」등 폴란드 전위예술가들의 낯선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폴란드의 전위예술은 그동안 서방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1천여점이 넘는 그림·조각·사진은 물론 각종 영화필름과 원고등이 전시되고있으며 인근 극장무대에서는 연극과 음악이 공연되고있다.
특히 전시회에는 노벨문학상수상 작가인 「체스와프·미와시」(밀로즈등 시인·작가들의 원고와 초판본도 함께 선보였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30년대 이후 폴란드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활동의 구심점이 되어온 「로츠」미술관이 소장했던 것들이다.
동·서 유럽사이에 끼여 지난 한세기동안 나치와 스탈린의 침공을 받고 지금도 소련의 통치권 아래서 신음하고있는 폴란드의 예술가들은 항상 「죽느냐 사느냐」는 위기의식 속에서 저항과 도전의 예술을 가꾸어왔다.
나치점령때의 어둡고 답답한 시절에도 폴란드의 연극인들은 「사무엘·베케트」나 「이오네스코」등 실존연극뿐아니라 「해프닝」등 급진적 무대활동을 통해 저항정신을 배척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히 두 사람의 독특하고 대조적인 예술가에게 초점이 모아졌다.
그 한사람은 1890년대부터 1930년대에 걸쳐 미술가·사진작가·희곡작가·철학가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던 「비트키비치」뉴 또 한 사람은 32년 현대 추상미술의 센터인 「로츠」박물관을 설립한 뛰어난 미술가 「블라디슬라프·스트르제민스키」-.
이들 두 예술가는 무척 대조적인 면모를 보였다. 「비트키비치」는 극단적이고 방종한 성격의 개인주의자였데 비해 「스트르제민스키」는 매우 낙관적인 협동주의자였다.
「비트키비치」는 종종 어릿광대로 분장한채 거리를 쏘다녔고 나체로 친구들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 때로는 술 취한 예언자처럼 청중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박학다식한 인물로 그의 그림·희곡·소설등은 폴란드를 넘어선 많은 국가의 문화적 사실까지 가득차있다. 그는 그의 비판론을 통해 세계를 「흔들흔들한 회색폭도」에 의해 집단농장화 되고있다고 경고했으며 2차세계대전을 정확히 예언하기도 했다. 그는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자살해버리고 말았다. 「스트르제민스키」는 그와 대조적으로 다른 예술가들과 협력을 좋아했다. 그는 예술이 「인생을 형성하는데 중요하다」는 교육적 기능을 갖고 있다고 확신, 「로츠」박물관을 설립했다.
그는 완벽한 추상미를 추구, 조금이라도 사실주의의 냄새가나는 작품은 과감히 없애버리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 전시회에서 드러난 사실은 억압받고있는 폴란드의 상황 속에서도 많은 예술가들이 끊임없이 그들의 저항적 전위예술활동을 계속하고있다는 것이다.
폴란드의 정국이 더이상 나빠진다 해도 이들의 예술은 내면적인 폭발로 오히려 더욱 많은것을 추구하고 획득해나갈것이다. <이창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