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분양원가 의혹' 공기업부터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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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부풀리기가 임대료, 분양가 거품 유발...주공, 토공부터 공개해야

지난해 2월 서울도시개발공사(현 SH공사)는 업계 최초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도시개발공사가 공개한 상암지구 40평형 아파트 분양원가 내역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공기업인 도시개발공사가 해당 사업에서 남긴 이익률이 40%에 달한다는 내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한사코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던 이유가 백일하에 드러났던 것이다. 공기업인 SH공사가 이정도 이익을 남겼다면 민간기업은 도대체 얼마만큼 폭리를 취해왔겠는가.

삼성, 현대, 대우, GS건설 등 9개 대형건설업체들이 최근 5년 동안 올린 매출총이익(=매출액-공사원가-분양원가)이 무려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당하게 이득을 얻고 있는 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분양원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공기업들이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공공 기금이 어떤 용도로 쓰여지는 것인지, 투명하게 파헤칠 근거 자체가 없어진다. 민간아파트의 분양 원가 공개에 앞서, 주공 등 공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임대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할 당위성과 법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강력한 요구만큼이나 관련 업체의 반발은 거세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고 분양가 인하경쟁으로 인해 부실공사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차라리 주택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대한주택공사도 업계의 편을 들어줬다.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된다며 분양원가공개 절대 불가 방침을 거듭 천명한 것이다. 대신 악화된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절충안을 내놓았다.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원가연동제를 도입하고 25.7평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판교발 집값폭등 사태에서 확인됐듯이 분양원가공개를 피하기 위해 도입된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는 최초 당첨자에게 ‘로또’ 특혜를 준다는 논란만 일으킨 채 주변 집값을 수십 조원 올려놓는 부작용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땅장사’ 논란 빚는 토지공사부터 먼저 택지조성원가 공개해야...

분양원가공개 문제와 관련 각종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땅장사’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토지공사가 먼저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들쑥날쑥 제멋대로 책정되는 토지 조성원가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토공은 최근 6년 동안 지은 19개 택지개발지구 중에서 9곳은 실제 조성 원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 456억 원의 부당이득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남 김해시 장유지구 같은 경우는 조성 원가보다 평당 17만원 싸게 팔아 653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한 기준 없이 토지 조성원가와 감정가를 산출하다보니 한 택지에서는 ‘땅장사’ 논란을, 다른 택지에서는 ‘로또택지’ 특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화성 동탄, 용인 죽전의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분양원가 공개의 핵심은 바로 택지공급가격이다. 건축비는 어느 곳이나 엇비슷한 만큼 택지비만 투명하게 공개돼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용지의 절반 이상이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데 정부가 매번 약속을 어기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이 ‘땅장사’를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분양원가공개와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랑하는 원가연동제, 채권입찰제는 오히려 공공택지 가격을 숨기는 역할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디지털국회 박민선]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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