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한국경제 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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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것으로 보도된 한국경제평가보고에는 대체로 지난1년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산업구조개편과 금융자율화의 촉진을 권고하고있다.
이같은 평가와 권고는 굳이 새삼스러울것도 없고 또 우리가 추진중인 여러종류의 경제개선노력과 크게 방향이 어긋나지도 않아 이전처럼 세인의 이목을 특별히 끌만한 내용은 없다.
다만 최근의 국제금융환경이 그 어느때보다 경직되고 위기감이 고조되고있는 때인만큼 주도적인 국제금융기구의 하나인 국제통화기금이 우리경제를 평가하는 각도에 전혀 무관심할수없는 처지인것도 사실이다.
이번 평가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올해경제전망에서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7·8%수준의 고도성장을 예고하고있는 점과 수출의 증가와 함께 경상적자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20억달러를 밑돌것이라는 정부예측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않고있는 점이다.
이 보고서에 담긴 부문별 평가내용을 보면 올해중 현저한 신장을 보이고 있는 조선·전자·자동차산업의 생산증가에 주목하고 성장의 견인차로서 갖는 이들산업의 역할을 평가하고있다.
이런 여러 부문별 평가와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경제를 포함하여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경제운용에 큰 애로없이, 다른 개도국들에 비해 순조로운 성장이 가능할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단기적 안정전망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해결해 가야할 몇가지 과제에도 역시 언급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국제경쟁력강화에 주안을 둔 산업구조의 개편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금융자율화를 포함한 여러 제도적 개선의 지속을 촉구한 점이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이미 경제운용의 중기목표로 채택되어있고 지금도 실행과정에 있는 것들이 많지만 개중에는 단기목표와의 상층이나 재원등 다른 이유로 그 실행이 지연되거나 부진한 부문도 없지않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있고 세은이 자금을 지원하고있는 산업구조개편작업은 아직 그 시작에 불과하나 지금 싯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책사업의 하나인것만은 분명하다.
독과점, 노동집약, 기간산업의 중복투자등으로 누적된 산업의 전반적 효율저하를 저지하려는 산업개편노력은 정부의 열의못지않게 민간의 자발적 노력이 돋보이며 이번 평가보고서도 이점을 평가하고있다.
우전체·유전공학등 첨단산업에 대한 국내대기업들의 지대한 관심과 연구개발투자의 현저한 증가에 이어 시설확장과 신규투자가 최근 대폭 실현되고 있는 점을 이 보고서는 특히 유의하고 있다. 이보고서는 이같은 활발한 움직임들이 산업구조개편의 본격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같은 산업구조개편이 적절하고 효율있는 금융의 지원없이 불가능한것은 너무나 분명하며 금융산업의 발전과 이를위한 개편도 자연스런 추세일수밖에 없다. 이보고서가 지적했듯이 정부주도하에 금융제도의 자율화가 단계적으로 추진되고있으나 아직은 만족할만한 단계에는 이르지않은것도 사실이다.
여러 제도개선과 민영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산업은 정부의 규제와 감시하에 놓여있으며 자유로운 시장기능에 의존하기에는 아직도 여건들이 불비하다. 산업의 효율화를 위해 보다 폭넓은 금융시장의 자율화조치가 지속돼야할 필요성은 이 보고서의 지적이 없더라도 너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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