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은행을 잡아라.(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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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확실히 금융기관은 대기업들에 매력있는 투자대상이다. 자율화 바람을 타고 제2금융권 참여의 길이 활짝 열리면서 기업들의 금융전쟁은 치열해졌다. 은행을 잡지못한 기업은 80년대 패권다툼에서 밀려나지 않기위해 단자나 하다못해 신용금고라도 하나 갖고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계수 조작 경고도>
제2금융기관의 규모가 작으면 작은대로 잘만 운영하면 짭짤한 재미도 보거니와 무엇보다
도 자기기업의 급전을 쉽게 융통해 쓸 수있는 비상시 위기방지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시장이나 종합금융은 오래전에 대기업들이 시장분할을 끝냈으나 단자·상호신용금고는 작년 하반기의 설립자유화 방침에 발맞추어 한바탕 춘추전국시대를 치렀다.
서울에 있는 기존 7개 단자회사는 대우·한양이나 미원·두산·코오롱·동국제강 등 기업그룹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한 때는 자본금의 l백∼1백20%의 이익을 내는 황금시대를 구가했었다.
이들 기업이 점령하고 있던 단자시장에 새로 뛰어든 기업은 모두 9개사. 은행줄 잡기에서 뒤늦었던 럭키금성이 단자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동부그룹의 미륭건설과 동아건설· 삼환기업·삼부토건등 건설회사들도 서둘러 단자회사를 발촉시켰다.
그동안 증권 보험회사를 별도로 거느리면서 지방단자회사에도 투자를 해왔던 한국화약그룹은 작년말에 임직원의 이름으로 삼희투자간판을 내걸어 오랜만의 숙원을 풀었다.
신설사를 포함해 전국에 31개 단자사가 있으나 이중 거의 절반인 16개사가 서울에 몰려있다. l6개사 중 9개 신설 단자회사들은 자율화시대의 새 경영체제를 갖추어 출발했으나 심한 과당경쟁으로 인원확보·영업장소등을 싸고 잡음도 적지않았다.
예금을 부풀리는 계수장난을 서슴없이 벌였다가 재무부로부터 경고처분을 받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다.
금리가 대폭 내린데다 신설 단자회사들이 엘리트 직원들을 스카웃해 가고 시장을 빼앗아가는 등 돌격작전이 감행됨에 따라 기존단자사들은 자구지책으로 공동방어전략을 협의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2∼3개 단자사를 합병해 지방은행으로 바꾸어 중소기업 지원만을 전담하도록 하는방안을 검토하고있다.
지난 10년동안 쉽게 돈벌이를 해왔던 기존 단자사들은 합법에 따른 경영권의 상실을 염려해 이에 덤덤한 표정들이다.
장기신용은행의 자회사격인 한국투자와 두산그룹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한양투자의 주주들은 정부의 은행전환 방침에 상당한 관심을 내보이고 있다.

<「금고」로 자금과시>
새 은행의 자본금 규모를 당초의 1천5백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줄이고 수도권과 공단에 지점을 설치하도록 해준다면 적극적으로 합법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상호신용금고에는 8억∼10억원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다. 금고를 경영하려고 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비해 정부가 부실을 염려해 인가를 내주지 않았기때문에 턱없이 간판값만 올라갔었다.
작년봄에 코스모스백화점은 부국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하기위해 공개입찰에서 60억원을 써넣어 낙찰되었다. 그러나 금고신설자유화방침이 나오자 계약금을 아예 포기하면서 인수계약도 이행하지 않았었다. 그 정도의 돈이라면 자신이 직접 새금고를 세우고도 남아돌기 때문이다.
자율화조치이후 문을 연 금고수는 모두 52개, 1년사이에 부쩍 증가한 셈이다. 현재 전국에는 2백47개의 금고가 있다.
대림과 미륭 극동 삼환 라이프국제종합건설등 건설업체들이 이미 금고업계에 진출해 있고 태광산업 해태 동방유량등 준재벌급기업체들도 금고문을 열어 자금동원 능력을 과시했다. 금고업자들을 「허가받은 고리대금업자」로 몰아붙였던 몇 년전만해도 일부 기업들 사채꾼으로 소문날까봐 쉬쉬하며 비밀리에 자본참여의 길을 두드렸다.

<소문 날까봐 "쉬쉬">
사금융을 제도금융으로 몰아가고 시장기능에 따라 적응력을 맞추어가며 성장할 수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제2금융권을 자율화했으나 사채위장거래를 하거나 예금자의 돈을 떼먹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 공신력이 떨어지고 있다. 날로 비대해가는 증권시장 역시 기업들이 놓칠 수없는 금융시장이다. 특히 최근들어 은행이나 단자 못지않게 중요한 자금조달창구가 되고 있다. 증권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은 대우·현대·럭키금성·국제·효성·한국화약·대림·한진등이다.
증권회사들은 소유주가 자주 바뀌고 부심이 심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획정리가 덜된 셈이다. 판도를 넓히기 위한 세력다툼을 할 여지가 있다.
보험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들은 삼성·쌍용·한진·태광산업·신동아·한국화약등이다. 가입자위주의 보호대책이 강구되고 자동차보험의 다원화와 화재보험(풀)의 해제등 자율적 경쟁에 의한 성장정책이 추진되고있다. 최근에 현대가 라이프그룹계열의 동방화재해상보험을 인수,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어 손보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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