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검찰 지휘권 배제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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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은 최근 ▶사법경찰의 수사 주체 인정▶절도.폭력 등 민생 범죄에서 검찰 지휘권의 배제▶검찰의 수사 경찰관 교체 요구권 신설 등을 담은 수사권 조정안을 대검에 전달했다. 검.경 수사관 조정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구상이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195조는 '검사의 수사 주체성'을, 196조는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을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방안은 형소법 195조와 196조를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대검은 이날 박영수 중수부장 주재로 검사장 7명과 과장(부장검사).연구관(검사) 등 60여 명이 모인 전체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서 검사들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배제에 반대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검찰의 수사 지휘권은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막고, 피의자 등의 인권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라며 "수사 지휘권 배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청와대 방안에 대해 검.경의 상하관계 유지를 전제한다는 점에 난색을 표시, 검사의 포괄적 지휘권을 배제하고 특별한 경우에 한해 검사 지휘를 인정하자는 입장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두 개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 안을 바탕으로 다음달 9일 법사위에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검.경 양측은 올 5월 외부 인사 14명으로 구성된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협의를 벌였으나 합의안 마련에 실패했다. 당시 검찰 측은 현행대로 수사 지휘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한 반면, 경찰 측은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명문화하자고 맞섰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찰에 절도.폭력.교통사고 등 민생치안 범죄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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