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향기] 실수는 창조의 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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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소한 실수가 뜻밖의 대단한 업적으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노벨상의 제창자인 알프레드 노벨은 실험 중의 실수로 다이너마이트보다 3배 이상 강력한 군용 폭약을 개발했다. 노벨은 어느 날 화약의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으로 실험하던 중 실수로 손가락을 베었다. 그는 당시에 액체 반창고로 널리 쓰이던 콜로디온 용액을 상처 부위에 바르고 실험을 계속하였는데, 니트로글리세린이 콜로디온 용액에 묻으면서 갑자기 모양이 변하는 것을 보게 됐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노벨은 니트로글리세린과 콜로디온을 섞고 가열해 투명한 젤리 상태의 물질을 얻었다. 이것이 다이너마이트보다 3배 이상의 큰 위력을 가진 군용 폭약 젤라틴이다.

오늘날 자동차 타이어.구명보트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고무 역시 실수에서 비롯된 발명품이다. 고무나무의 수액을 모아서 만드는 천연고무는 냄새가 많이 나고 날이 더우면 녹아버리는 성질 때문에 실제 생활에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이런 결점을 없애고 지금처럼 여러 방면에 쓸 수 있는 고무를 제조하는 방법은 미국인 찰스 굿이어 (1800~1860)가 실수로 개발했다. 그는 어느 날 고무에 황을 섞어 실험을 해 보다가 실수로 고무 덩어리를 난로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무는 녹지 않고 약간 그슬리기만 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굿이어는 고무에 황을 섞어 적당한 온도와 시간으로 가열하면 고무의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발명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의 시라카와 히데키 교수 역시 실수로 만들어진 결과가 노벨상으로 이어진 경우다. 이들은 모두 실수를 예리한 통찰력과 끈기로 위대한 업적으로 발전시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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