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신건씨 불법 도청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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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71).신건(64) 전 국정원장이 김대중(DJ) 정부 시절 국정원의 조직적인 불법 도청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국정원(옛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김은성(60) 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6일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김씨가 차장 재직(2000년 4월~2001년 11월) 시절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신건 전 원장 등과 공모해 불법 도청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8국(과학보안국) 운영단 소속의 종합처리과 직원들은 불법 도청 자료를 분석, 정리한 뒤 주요 사항을 대화체 형식의 보고서로 작성해 차장과 국정원장 등에게 보고했다"고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임.신 전 국정원장이 8국에서 매일 올린 통신첩보가 도청자료인 줄 알고도 묵인했다는 진술과 증거들이 확보돼 있다"며 "이를 토대로 김 전 차장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 주 중 두 사람을 소환 조사한 뒤 사법 처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김씨의 구속영장에 기재됐던 '진승현 게이트' 및 권노갑 민주당 최고위원 퇴진 관련 도청 외에 5건의 불법 도청 사례를 공소장에 추가로 기재했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1년 4월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민주당 의원 간의 '민주당-자민련-민국당의 정책연합'과 관련된 통화 내용▶2001년 9월 자민련 이완구 원내총무와 자민련 관계자 간에 주고받은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안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과 관련된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

또 권력형 비리사건인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2000년 10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최규선씨의 금전 운영 및 여자관계 등 사생활과 관련해 불법 도청했고, 이 과정에서 최씨가 국정원장 등 고위 공직자 인사에 관여하는 대화도 도청했다. 2001년 여름에는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

국정원은 또 차량 탑재용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카스(CAS)' 20세트를 자체 개발한 뒤 2000년 10월~2001년 4월 한 달에 60~70차례에 걸쳐 주요 인사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도청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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