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데 없는 아이들에게 보금자리를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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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동안 용(龍)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온 화가 봉룡(鳳龍) 정대봉(鄭大鳳.66.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씨. 그는 독창적인 일필휘지(一筆揮之) 기법으로 용을 그리는 화가다.

그의 작품은 예술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어 미술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손에 넣기는 쉽지 않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 수해가 그의 화실과 전시장을 휩쓸어 갔을 때도 그림을 팔지 않고 2년 동안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식처럼 여기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의정부 통일안국사 내 조립식 가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 70명의 어린이를 위해서다. 이들에게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억대를 호가하는 도자기 용 2백여점과 용 휘호 1백여점을 기증한 것이다.

통일안국사 주지 지산(智山.52)스님은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밤새워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소중한 작품들을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희사한 노(老) 화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鄭씨가 남 모르게 이웃사랑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이다. 83년 이후 그가 개최한 전시회는 모두 30여회나 되는데, 이 가운데 이웃돕기와 무관했던 것은 서너차례밖에 없었다고 한다. 행사 수익금은 모두 재소자나 혼자 사는 노인.소년소년가장.장애인 등을 위해 쓰였다.

鄭씨는 "'사악함을 쫓는 동물이며 상서로움의 상징인 용 그림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웃음을 찾고 편안해질 수만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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