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룡, 6골…득점1위로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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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축구슈퍼리그의 슈퍼스타자리를 마침내 이길룡(24·포철)이 탈취했다. 선수개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득점랭킹수위의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전반기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던 대우로열즈의 혜성 이춘석(25)이 후반기들어 침묵을 지키는 사이 이길룡은 27일 국민은과의 경기에서 2골을 폭발시켜 통산6골을 기록, 이춘석의 5골을 능가했다.
『두고 보십시오. 슈퍼리그원년의 최다득점은 제 차지가 될것입니다.』 키1m72cm, 체중63kg의 자그마하고 날렵한 몸매에 축구선수답지 않게 앳된 얼굴의 이길룡은 호언장담을 서슴지않는다.
그러나 이길룡이 지금까지 10게임을 뛴데비해 이춘석은 9게임밖에 치르지 않았으므로 이길룡이 아직 낙관할 시기는 아니며 따라서 앞으로 두 이선수의 득점경쟁은 슈퍼리그의 최대 흥미거리중 하나가 될것같다.
이길룡선풍이 특별히 갈채를 모으는 것은 흔치 않은 「노력형 천재」의 표본이 되기 때문.
이는 영등포공고시절 최고의 스타로 각광을 받았던 천부의 재질을 지닌 선수다.
당시 고교축구를 풍미한 영등포공고의 링커로서 개인기는 물론 플레이 메이커로서 추종불허의 위력을 발휘, 조광래·이영무 등을 능가할 큰 재목이 될 것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고교3년때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방글라데시)에 출전하면서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 한국이 북한을 누르고 이라크와 공동우승을 차지하고 정해원·이태호·박영수 등이 히어로가 되는 열풍속에서 교체멤버에 불과했던 이의 이름은 그늘에 가려졌다.
이는 고려대 진학후에도 계속 같은 링커인 국가대표 이태호에 밀렸다. 천재는 단명하는 것 같았고 고교시절의 스타가 대학진학후 쇠퇴하면 영원히 재기불능이라는 축구계의 전례를 이길룡도 답습하는 것 같았다.
포철입단과 슈퍼리그의 출범에 자극받은 이는 이전례를 깨뜨리겠다는 새로운 각오로 각고의 수련을 쌓았다. 『천부적 재질은 믿을 것이 못되고 노력만이 대성(대성)의 열쇠임을 깨달았어요』-.
지난 겨울이래 남몰래 개인훈련을 쌓았다는 내성적인 이의 실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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