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실] 1. 초등 저학년 학생 스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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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숙 부산 토성초 교사

'독서의 힘'은 보이지 않지만 그 위력은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크다. 교사의 힘을 빌려서 억지로 읽게 하는 식의 독서교육은 그 효과가 짧다. 이에 반해 학생들 스스로 체험해봄으로써 얻어지는 독서의 힘은 그 효과가 평생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몇 가지 프로그램을 실천해 봤다.

우선 '독서저금통'을 스스로 디자인해 만들게 했다. 학교나 가정에서 책을 읽은 뒤, 교사가 만들어 준 예쁜 쿠폰에 간단한 독서이력을 적어 투명한 독서저금통에 1학기 방학 전까지 넣도록 했다. 학기를 마칠 무렵 쿠폰을 일제히 공개했다. 자신의 독서활동을 돌아보고 친구들과 서로 돌려보면서 언제 무슨 책을 읽었는지, 그 책을 읽고 어떤 한 줄 멘트를 남겼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책을 읽은 친구끼리 다시 모둠을 구성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정말 진지한 독서토론장이 됐다. 또 저금통에 넣었던 멘트를 모아서 작은 '나의 독후록'으로 만들어 기념하도록 했더니, 반 학생들 스스로 1학기의 독서왕을 선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스스로 독서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과정을 통해 책을 읽는 습관이 정착됨을 알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하고 '독서암호를 풀어라' '퀼트독후감' 등 자신의 독후활동 내용을 스스로 암호로 만들어 친구들이 맞혀 보는 활동을 해봤다. 그랬더니 다음날 아침 집에서 읽어온 책의 독후감을 암호화해 학급 벽면에 붙여놓고 친구들끼리 서로 맞혀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제대로 맞힌 친구들에게는 담임상과 사탕을 주며 격려했더니 어느새 우리 반의 숙제는 스스로 책 읽기로 변해 있었다.

독서는 평생학습이다. 평생학습이 되려면 스스로 자기만의 독서법을 개발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과정중심의 독서활동이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좋은 책을 선택한 뒤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차곡차곡 이력철로 남겨 오늘의 독서 힘이 평생 동안 발휘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혜숙 <부산 토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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