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FRB 그린스펀 후임에 벤 버난케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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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난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중앙포토]

벤 버난케(51)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후임자로 지명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버난케 지명자는 상원의 인준을 거치는대로 내년 1월31일 사퇴하는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14대 미 FRB 의장에 취임하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그린스펀과 버난케와 함께 한 자리에서 그린스펀의 업적을 치하하고 버난케에 대한 조속한 인준을 의회에 요구했다.

이로써 1987년에 취임한 뒤 18년간 ‘미국의 경제 대통령’으로 군림해온 ‘그린스펀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버난케 지명자는 부시 대통령의 지명 발표 직후 “의회의 인준을 받으면 그린스펀 시대에 세워진 정책과전략의 연속성 유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말했다.

버난케는 지난 6월 CEA 의장으로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FRB 이사로 일했다.그린스펀 의장도 CEA 의장에서 FRB 의장에 올랐었다.

FRB 재직 당시 버난케는 인플레이션 목표(target)설정을 주장해 그린스펀과 다소 이견을 보인 것을 빼면 대부분 그린스펀과 비슷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버난케 지명자가 학식뿐아니라 경제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버난케의 지명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의 뉴욕 증시는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뉴욕 시장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말 종가에 비해 169.78포인트(1.66%)가 상승한 10,385.00에 마감했다.

조지아주 어거스타 출신인 버난케 지명자는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경제학을 전공한뒤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과 금융정책 이론을 가르쳤다.

공화당원이지만 정치색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2002년 8월 부시 대통령에 의해 FRB 이사로 임명됐다.
모호한 표현을 즐겼던 그린스펀과 달리 버난케는 평이한 화법을 구사한다.

버난케는 “시장이 FRB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FR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갖고 신중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따라 버난케 의장이 취임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도 높은 정책이 예상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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