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가수 김정민 "사랑·감성·연기를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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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결혼하지 않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들의 속내를 속속들이 보여 준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 어느새 재방송까지 챙겨보는 열혈팬이 됐더니만 얼마 뒤면 곧 끝난단다. 난 벌써부터 이렇게 콱콱 서운한데 1년을 연기한 '김변호사'역 가수 김정민은 도통 실감이 나지 않는 걸까? 별로 섭섭지 않은 표정인데.

"글쎄요. 원래 작품을 끝낼 때 아쉬워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가슴이 점점 더 벅차와요. 그건 아마도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제게 너무 많은 선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사랑을 연기해서 그런지, 아님 진짜 사랑에 빠져서인지 말하는 내내 빛이 나는 이 남자. 분명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준 첫 번째 선물은 사랑에 관한 것이리란 직감이 적중했다. 드라마 시작 즈음 만나게 된 그의 일곱살 연하의 여자친구. 결코 적지 않은 나이 터울을 극복하는 데는 바람둥이 김변호사 역할이 한몫 톡톡히 해냈다고.

"서로 얼마나 달랐으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대본을 보니까 여자 마음을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제가 원래 무뚝뚝한 편이었는데 여자친구가 어떻게 하면 좋아할지, 또 싫어할지를 먼저 알고 대처하니 서로 싸울 일이 없어요. 원래 선물 같은 것도 잘 안 하는 편인데 김변호사가 윤아한테 커플 열쇠고리를 줬잖아요. 이거다 싶어 저도 여자친구에게 커플폰을 선물했죠."

어느새 내 앞엔 터프가이 김정민 대신 로맨티스트 김정민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연애의 기술만 터득한 것이 아니라 거친 목소리의 대명사인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 절대불변의 걸쭉한 창법도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목소리도 분위기도. 특히 노래하는 감성이 상당히 풍부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예전과 다르게 노랫말 가사의 적응 능력이 100배는 빨라졌다는 것이죠."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성을 고스란히 실어 전달하는 연기로 트레이닝을 받은 까닭인지 그의 새 노래는 한번만 들어도 구절구절이 귀에, 가슴에 팍팍 꽂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앞으로 김정민 모창의 특징인 목에 힘껏 힘 주고 핏줄 세우기는 이제 보기 쉽지 않을 듯. 그렇다면 드라마를 통해 사랑과 일 두 마리 토끼를 단숨에 잡은 그에게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준 마지막 선물은?

"요즘 어린 학생들은 제가 가수인 줄은 모르고 신인 배우인 줄 알더라고요. 덕분에 오히려 더 맘 편히 연기했어요. 가수는 잠시 잊고 연기에 몰입했더니 갈수록 점점 나아진다는 칭찬도 받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죠. 무엇보다 배우 김정민의 새로운 팬들을 얻은 것이 두고두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큰 선물입니다."

방송작가 joozoo2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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