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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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9월하순과 10월초순 각각 서울에서 열리는 미주여행알선업자협회(ASTA) 총회와 국제의회연맹(IPU) 총회를 앞두고 범국민적인 『손님맞이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한다. 우리에게 예정된 국제적인 큰 행사가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고 85년에는 국제통학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총회, 86년의 아시안게임, 88년 국제올림픽등 역사상 처음있는 대규모 행사가 잇달아 열리게 돼있다.
따라서 이들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우리의 국위를 선양하고 저력을 과시하는 것은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이나 관계자에 한할 일이 아니고 온 국민의 관심사가 돼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 행사에 참여하는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우리 국민의 자주·민주적역량과 타민족에 결코 뒤지지 않은 훌륭한 문화, 아름다운 경관, 깨끗한 환경, 정직·근면·성실한 국민성을 실제 체험을 통해 인식시키는 일은 우리 국민들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관련자는 물론 이들을 접대하고 수용하는 관련기관, 업소의 종사자들이나 상인, 길거리를지나는 국민각자가 모두 직접 참여한다는 자세로 이들 행사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절하고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중하고 예절바르게 언행을 다듬어야 할 것이며 요식·접객업소의 청결한 위생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내국인들도 불결함을 참아내야하는 요식업소의 주방이나 접대설비의 정결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요소라 생각한다.
택시나 상인들의 바가지요금 시비는 빈번히 발생하는 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나쁜 인상을 심어주는 사례이다. 정찰제를 엄격히 실시하고 불량상품을 속여 파는 일도 일체 없도록 해야겠다.
거리환경과 질서도 점검해야할 일이 많다. 지나치게 뿜어대는 매연차량도 자취를 감추게하는 계기로 삼아야하고 택시와 버스 승객들의 승·하차질서도 가다듬어야할 것들이다. 물론 사나운 쓰레기통도 일제히 점검하여 개·보수가 시급할 것이다.
환경과 질서, 친절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전통과 현대를 망라한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흔히 한 차례의 민속공연 관람으로 우리문화의 진수를 대충은 보여준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종래의 상투적인 당국의 태도는 너무 안일한 것이다. 학술,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 공연이나 전시를 통해 그들이 선택하는 분야의 문화내용을 유감없이 체험할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할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손님맞이 운동』 이 무조건 획일적인 형식과 질서만을 강제함으로써 우리의 현실을 일시적으로 얼핏 보기에 좋도록만 호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계층이 제각기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민주국가의 특성이요 장점인 것이다. 어느국가 어느 도시이건 명암은 있는 것이다. 『오직 외국인에게 잘 보이기위해』이를 억지로 감추고 아름답게만 보이려고한다면 부자연스럽고 역효과만 초래하기 십상이다.
비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명암과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들로 하여금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약속돼있음을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루아침에 『새로운 한국인상』 을 연출할 수는 있을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진면목일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계기를 디딤돌로 삼아 우리의 생활환경과 자세, 문화현실을 재점검해서 반성하고 다시 다듬어 새로운 한국인상을 이룩해나가는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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