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신장 3년째 신기록 기아차 유럽대질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기아차는 유럽에 진출한 20여개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2004년까지 3년 연속 판매신장율 1위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오후 기자가 찾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은 활력이 넘쳤다. 건물 벽면마다 '놀라운 힘(The Power to Surprise)'이라는 기아차의 슬로건이 붙어 있다. 퇴근 시간이 넘은 저녁 9시인데도 사무실은 환하다. 워낙 성장세가 가파라 직원 대부분이 주말에도 근무한다. 일한 만큼 판매 수치가 올라가 피곤보다는 보람이 더 크다는 게 김창수 마케팅 팀장의 말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유럽에서 21만9000대를 팔아 전년 대비 48% 성장했다. 3년 연속 50% 가까운 신장세를 이어왔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정체하거나 겨우 1~2% 늘고 있다.다른 경쟁 메이커들은 두 자릿수 신장을 꿈도 꾸지 못한다. 잘 한다는 일본 도요타.혼다 정도가 그나마 10%대 성장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판매 신기록 행진은 예사롭지 않다. 영국.이탈리아에선 3월까지 전년 대비 100% 신장했다. 기아차는 올해도 유럽 전체에서 33만대를 팔아 50%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수출물량 중 유럽 비중은 46%에 달하게 된다. 지난해엔 35%였다.

기아차 고객인 볼프강 슈미트는 "쏘렌토는 독일.일본의 유명 SUV에 비해 디자인과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가격은 30% 이상 저렴하다"며 "지금까지 5대의 차를 바꿨지만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공에는 경쟁력 있는 신차 전략과 현지 법인화가 맞아 떨어졌다. 유럽총괄법인 조용욱 마케팅 차장은 "2003년부터 5년간 신차(마이너체인지 포함) 17개를 내놓는다"며 "이 수치는 유럽에 진출한 모든 자동차 업체 가운데 톱"이라고 말했다.

유럽 총괄법인을 만들던 2003년 1월만 해도 당시 500여개 딜러를 모아 놓고 이 계획을 발표했을 때 모두들 시큰둥하는 분위기였으나 이젠 달라졌다. 신차 행진은 올해도 계속된다. 6월에는 뉴 프라이드(현지명 리오)를 내놓고 하반기에는 뉴 카니발을 투입한다. 프라이드에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4기통 디젤 엔진 모델도 얹힌다.

지분을 투자한 현지법인화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서유럽 21개 국가 가운데 독일.프랑스.스페인.영국 등 주요 8개국에 판매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딜러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판매대수가 쑥쑥 늘었다. 이제는 일본차를 팔던 딜러들까지 서로 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올해 160개를 추가해 총 1430개 딜러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남은 숙제도 만만치 않다.아직도 '싼 차'라는 이미지를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브랜드 알리기를 위해 올해 테니스.스피드스케이팅 등 스포츠 마케팅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키로 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김태진 기자

유럽법인장 이경수 전무 "2010년 유럽 10대 메이커 목표"

"기아차 유럽법인은 2010년 70만대를 팔아 일본 혼다를 제치고 유럽 10대 카 메이커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 이경수(사진) 전무는 지난 8일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해마다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바로 옆 부지 1200평을 사는 계약을 했다. 기아차가 유럽에서 판매신기록을 이어 가자 메세 측이 선뜻 땅을 내놓았다.이 곳에는 내년 9월 11층짜리 유럽법인 본사 건물이 들어선다. 이 전무는 "매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찾는 수백만명의 관람객들이 전시장 밖에서도 기아 브랜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내년 말 완공할 슬로바키아 공장에선 4기통 디젤 엔진을 단 5도어 해치백을 생산해 유럽에서만 팔 예정이다. 그는 "슬로바키아 공장은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유럽에서 디자인하고 개발한 전략차의 생산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