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방역 비상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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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콜레라는 비브리오균에 의해 발병하는, 전염성이 가장 강한 수인생 전염병이다.
발병한지 불과 몇 시간 안에 환자가 사망하기도하고 순식간에 주변으로 확산하는 급성 장질환이다.
그러나 콜레라는 이제 공포의 전염병은 아니다. 조기 방역에만 힘쓰면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설령 발병했다해도 노약자·어린이가 아닌 한 제때에 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콜레라를 비롯해서 장티푸스, 이질등 수인성 전염병을 퇴치한지 오래된다. 그것은 상하수도의 완벽한 보급에 따른 것이지만 국민들의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나 위생관념이 나아진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반정도가 아직 우물물이나 냇물 등 비위생적인 물을 마시고 있어 수인생 전염병으로 해마다 법석을 떨고있는 실정이다.
하기야 우리나라도 상하수도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예방약이 보급되면서 수인성 전염병도 많이 줄어들었다. 해방직후인 46년에 1만5전6백44명이 콜레라에 걸려 그중 1만8백여명이 사망한 것은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특히 70년대 이후 수인성 전염법의 발생률은 물론 사망률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70년에 콜레라 환자는 2백6명 발생에 12명이 사망, 치사율은 5.8%를 기록했으며 재작년에는 1백45명이 발병, 그중 2.75%인 4명만이 사망했다.
콜레라의 발생률, 사망률이 이처럼 줄어드는 것은 방역활동 여하에 따라 이 병을 완전히 퇴치할 가능성을 말해준다.
보사부는 최근 동남아 지역과 일본에서 발생한 콜레라가 공항과 항만을 통해 우리나라에 침투할 것에 대비, 전국에 걸친 방역비상령을 내렸다.
무서운 전염병의 예방이 우선 관개당국의 조기 방역활동에 달려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보사부는 콜레라오염지역에서 오는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검역활동을 강화해 콜레라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등 철저한 방역활동을 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취약지역의 예방접종과 소독작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고 환자발생 신고망과 조기 진료업무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당국의 방역활동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 각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려는 응분의 노력이다.
모든 수인성 전염병을 방지하는 길이 청결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끓이지 않은 식수나 날 음식을 먹지 않고, 외출한 다음 꼭 손을 씻는 따위, 당국이 지시하는 예방수칙을 지키기만 한다면 콜레라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런 수칙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재작년 신안에서 콜레라가 발생했을 때만해도 당국의 판금조치에도 불구하고 생선회나 냉면집이 성업했었다. 국민들의 위생관념이 이런 수준이래서야 수인성 전염병의 퇴치는 언제 실현될지 알기 어렵다.
이제 우리도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으로 법석을 떠는 일을 부끄럽게 여길줄 알아야겠다. 그런 병이 나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위생관념이 그만큼 낙후되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콜레라만이 아니다. 태풍이 불고 물난리가 나면 장티푸스나 이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당국이 제시한 예방수칙을 지켜 올 여름은 수인성 전염병으로 인한 회생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다같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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