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획·탐사 공모] 지하철 비상장비 구비 역사별로 천차만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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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박현우(기계항공 4학년)

지난 7월 26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종합 비상장비함'이 승강장 곳곳에 놓여있다. 함에는 화재나 테러 발생시 사용할 방독면이 담겨있다. 이 역에는 대피 방법을 알려주는 비상행동요령 안내문도 10개가량 걸려있다. 같은 날 둘러본 1호선 종로3가역은 딴판이다. 승강장에서 비상장비함과 비상 행동요령 안내문을 찾아볼 수 없다.

1호선 동대문운동장역과 3호선 불광역, 4호선 총신대입구역도 마찬가지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서울지하철 주요 역사를 현장 취재한 결과 비상 장비나 안내문 구비 정도가 역사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응암역 등 5~7호선은 일회용 비상마스크.양압식 공기흡입기 등이 들어있는 비상장비함을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4호선은 조사 대상 8개 역 모두 비상장비함이 없었다. 교대역 등 네곳에 비상행동요령 안내문이 부착된 게 고작이었다.

지하철 승객 5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84%가 비상장비함의 위치를 모르거나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다고 답했다.

열차의 객실 한 곳씩을 조사한 결과,1~4호선에는 비상행동요령 안내문이 없었다. 5~7호선에선 후미진 곳에 안내문이 게시돼 홍보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견됐다. 객실 천장과 맞닿는 좌석 상부 광고판과 출입구 측면 광고판의 홍보효과가 뛰어나다는 게 한국광고학회의 조사다. 좌석 상부 광고판에 비상안내문이 게시된 곳은 5호선, 출입구 측면은 6호선뿐이었다.

역사별로 구비된 비상장비에 차이가 나는 것은 구체적인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서 승객의 70%는 지하철에 충분한 안전장비를 갖추고 이용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적자인 상황에서 광고란을 공공의 목적으로 쓸 경우 수입 손실에 따른 또 다른 시민 불편이 초래될 수 있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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