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주화' 놓고 미·중 대립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중국의 민주화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민주화가 많이 진전됐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아직도 멀었다는 주장이다.

중국 정부는 19일 민주화 관련 백서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중국적 민주정치 건설'이라는 백서에서 중국 정부는 그러나 다당제를 도입할 의사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백서는 "그동안 중국은 공산당 일당 통치로도 상당한 민주화를 이뤘으며 (미국 등) 다른 국가가 원하는 방식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가 요구하는 다당제는 중국 사회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일당 통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화 진전 증거로 백서는 ▶전국 향(鄕).촌(村)의 80%가 직접선거로 단체장을 뽑고 있으며▶전국에 자유로운 종교활동이 보장돼 있고▶정부가 21개 국제 인권조약에 서명했으며▶1억 명 이상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하며▶법관들이 독립적으로 사법집행을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외국이 지적하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도입하기 위한 여건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만연한 관료주의와 부패▶국민의 민주정치 참여의식 부족▶준법정신 결여▶불완전한 민주제도▶권력에 대한 감시기능 미비▶주민들의 민주 개념 결핍 등 6개 항이 지적됐다.

중국 런민(人民)대학 정치학과 마오서우룽(毛壽龍) 교수는 "백서는 앞으로의 민주적 행정 개혁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자유경선을 통한 선거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중국 민주화를 위한 돌파구로는 볼 수 없다"고 평했다. 이 백서에 대해 미국 정부는 지난주 연례 중국 보고서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보고서는 중국 농촌 주민의 80%가 선거에 참여할지는 모르지만 이는 선거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미리 점찍은 관료들의 일방적인 연설만 듣고 형식적으로 투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아직도 중국에는 언론.종교의 자유가 없으며, 1억 명 이상이 이용한다는 인터넷도 민주화 관련 사이트는 엄격히 감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이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어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가 법관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법 집행이 정부가 바라는 쪽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도 중국 정부를 비난했다. 노동운동가인 한둥팡(韓東方)은 19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를 통해 "중국 내 200만 개 노동조합이 노동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