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꿈★은 이루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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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백두대간은 평탄한 구간도 있었습니다. 결코 험준한 지형 만은 아니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경북 문경시민 10명이 지난 16일 백두대간 남한 쪽 전 구간 735.6km를 밟았다. 종주엔 무려 20개월이 걸렸다. 종주를 마친 정원석(48.문경시청)씨는 "백두대간이 때론 동네 뒷산으로 때론 고랭지 채소밭의 모습을 하는 등 천의 얼굴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대장정을 마무리짓고 종착지인 진부령에 도착, 축하꽃을 안고있는 백두대간종주팀.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정원석씨, 여섯번째가 양재동 교장. [산들모임 제공]

이들은 전문 산악인과 달리 주말을 이용해 산을 찾는 40대 후반부터 50대로 이뤄진 산들모임의 회원이다.

지난해 2월 14일 회원 18명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문경 구간의 상징성 때문에 종주에 뜻이 모아졌다고 한다. 문경은 백두대간의 중간지역인 데다 능선 길이도 최장인 110km에 이른다는 것.

"천왕봉을 오르던 날은 백두대간 종주란 중압감에 눌려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종주가 두 달, 석 달 계속되면서 두려움은 점차 호기심으로, 친근감으로 변해 갔습니다."

종주는 백두대간을 33개 구간으로 나누어 주말이면 다음 구간으로 차례 차례 옮겨갔다. 주중엔 공무원으로, 자영업으로 모두 하는 일이 바빠서였다.

종주팀은 백두대간에서 사계절을 만났다. 지리산의 2월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추풍령과 문경 지역에선 발 아래로 군데 군데 채석장이 보였다. 산 등성이는 온통 파헤쳐져 보기 흉했다. 그런 중에 반가운 것은 곳곳에서 마주친 야생동물의 흔적이었다. 이른 새벽 산을 오를 때면 파헤쳐진 흙이 채 마르지도 않은 멧돼지 발자욱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난 봄 태백을 지날 때는 얼레지.제비꽃 등 야생화가 산을 뒤덮었다. 한계령을 오를 때는 폭우도 내렸다. 종주팀은 비 때문에 하산했고 그래서 종주 기간은 35일 예정에서 하루가 늘어났다. 10월 둘째 주 설악산은 단풍이 장관이었다.

종착지인 진부령까지 완주한 회원은 18명에서 그 사이 10명으로 줄었다. 대부분 산행 시간을 내지 못한 회원들이었다. 산행에 소요된 전체 시간은 352시간 35분. 하루 평균 20km, 10여시간을 걸은 셈이다.

정씨는 "백두대간의 으뜸 경치는 설악산"이라며 "백두대간 길이 잘 나 있는데 놀랐다"고 덧붙였다. 같이 종주한 최고령 양재동(57.신기초교 교장)씨는 "위암 수술을 받고 4년 만에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며 "이제는 백두대간의 북한 구간을 밟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종주로 산들모임은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산들모임 김학국(36.문경시청) 총무는 "다음 목표는 국토의 갈비뼈인 낙동정맥 등 13정맥 등반"이라고 밝혔다.

산들모임은 백두대간 종주 말고도 그동안 다양한 산 사랑 활동을 펼쳐 왔다. 표지석이 없는 산 정상에 회원들이 해마다 하나씩 직접 표지석을 세웠다. 문경시 동로면 석항리 해발 1074m 봉우리에 '문복대'(높이 1m, 폭 50cm, 무게 80kg) 등 지금까지 표지석 10개가 세워졌다.

또 지난 7월엔 문경시와 손잡고 산악체전을 열었고, 올해 문경 산악영화제에선 백두대간의 중간지점인 동로면 생달리에 '백두대장군''지리여장군'이란 장승을 세우기도 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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