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성취도 몇단계로 평가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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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 요함으로 할것인가"

"상(上) 중(中) 하(下) 는 어떨까"

올해부터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지필 평가식 학력 평가가 실시된다. 이에따라 그동안 시행해온 서술형만의 평가가 아닌 단계별 또는 점수별 성적 통지가 가능해지면서 어떤 방식으로 성적 통지가 이뤄질지 학부모들의 관심은 높다.

"이해가 빠르고 탐구 능력은 돋보이나 공책 정리하는 능력이 미흡합니다."

이제 이런식의 서술형만이 아니고 단계별 상대 평가를 어느정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상당수 초등학교는 새로운 통지표 마련을 위해 최근 학부모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는 등 학력 평가 통지 방식을 연구, 결정하고 있다.

대체로 학교별로 연구 검토를 거쳐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력신장위원회에서 성적 통지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서울 성북구 미아초등학교 관계 교사는 "기존의 서술형도 포함하면서 학력 평가를 3단계로 할것이냐 4단계로 할것이냐는 문제와 한학기에 몇번 통지할 것이냐 등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초구 방현초등학교 관계 교사는 "학부모 설문 조사 결과 성적 통지 방식은 상중하 3단계와 서술형을 혼합한 혼합형이 많았다"며 "이같은 내용 등을 토대로 학력신장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당수의 학교들은 성적표 표기 방식으로는 본인의 점수와 석차는 공개하지 않은 채 일정한 단계 또는 등급으로 나누어 표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 통지 방식를 바꾸는 문제는 외국의 사례도 참고가 되고 있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들은 이미 지역별로 성적 통지 방식의 사례 전시회 등을 가진 바 있다. 이때 외국의 사례는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서울 동부교육청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단계별, 등급별 평가가 많았다. 미국은 통지 방식이 지역별, 학교별로 다양했다. 수집된 미국 학교의 방식에는 4,5단계별 평가가 많고 학교에 따라서는 3학기를 실시할 경우 한학기는 서술형으로 다른 두학기는 단계별 평가를 하기도한다.

자료가 수집된 독일의 한 학교는 1명의 통지표 분량이 약 10쪽에 달했다. 예컨대 영어 과목의 경우 크게 4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별로 5~6개의 항목으로 구분해 5단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또 각 과목별로 서술형 평가를 자세히 기술한다.

영국의 한 학교는 학기별로 통지표 형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봄학기는 학습태도와 성취 정도를 전체적으로 평가 상세하게 기술하고 여름 학기는 각 교과별로 상세한 서술형 평가로 통지한다는 것이다. 또 가을 학기는 각 교과별로 성취 수준과 노력정도를 4단계로 나눠 서술형과 병행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한학교는 성취 정도를 13단계로 표기하고 성취 요소를 자세히 서술했다. 부족한 영역과 장점을 자세히 써주며 다음 단계를 위한 제언을 써주었다. 일본의 한학교는 과목별로 4~5개의 평가 관점을 설정했다. 평가는 '아주 잘함''잘함''노력 바람'등 3단계로 이루어졌다.

서울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학력 평가 통지방식 전시회를 하면서 설문 조사를 해보니 학부모는 점수를 알려달라는 경우가 많았고 교사는 단계별 평가와 서술을 병행한 혼합형을 많이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각 초등학교는 어느정도 학력의 상대적 평가를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목고 전문 입시교육기관인 하늘교육이 서울소재 51개 초등학교 교사, 연구부장과 서울시내 초등생 학부모 457명을 대상으로 2005학년도 초등학교 학교시험실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현재보다 성취도 결과표를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전체의 74.5%의 학교에서 과목별 전체 평균 점수에서 본인의 상대적 위치를 표기하는 정도의 수준을 택할 것으로 답했다. 반면 현행 서술형 평가방식을 고수하는 학교는 21.6%였다. 이외 개인 과목별 점수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3.9%였다.

또 이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취도 결과 표기 방식이 현재의 서술형보다는 세분화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주된 이유는 학생의 정확한 수준을 모르는데서 오는 불안감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학생에게 경쟁심을 유도하여 학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중학교 진학이 후 학교 내신 사전 대비 등의 이유였다. 반면 성적 결과가 세분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가장 큰 이유는 초등학교에서는 교과 학습보다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가장 많았고 다음은 지나친 경쟁심으로 인한 사교육 부담 가중 순으로 조사됐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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