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 외상 방중 전격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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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베 쓰토무 간사장(오른쪽에서 셋째) 등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18일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방문했다. 이날 일본 여야 의원 200여 명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도쿄 AP=연합뉴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국내외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에선 반일감정이 다시 불붙기 시작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야 의원 195명이 18일 단체로 신사를 참배했다.

◆ 일본 의원들 집단 참배=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 등 '모두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101명은 이날 오전 가을대제가 열리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직접 참배한 의원은 자민당 93명, 민주당 3명, 국민신당 1명 등으로 지난해보다 21명 늘어났다.

지난달 총선에서 당선된 자민당 초선 의원 83명 가운데 24명이 참배 행렬에 동참했다. 이와 별도로 94명은 비서관 등 대리인을 보내 참배의 뜻을 표시했다. 다케베 간사장은 참배 직후 "참배는 일본인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모두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의원 모임'은 야스쿠니 참배에 찬성하는 여야 의원들이 봄.가을대제 등에 맞춰 단체 참배를 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올해에도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이전부터 가을대제 기간에 참배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현직 각료들은 이날 참배에 모두 불참했으나 차관급인 부대신 두 명과 정무관 세 명이 참배했다.

◆ 중국 "일본 외상 방문 취소"=중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한 항의 표시로 23일로 예정됐던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의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 중.일 관계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일본 외상의) 방문은 적절치 않으며 중국이 그의 방문을 받아들일 입장이 못 된다"고 말했다.

또 중국 광저우(廣州)에선 18일 저녁 벌어질 예정이던 일본 연예인 공연 등 중.일 우호 행사가 취소됐다. 주최 측인 광저우 일본 상공회의소는 "사정에 따라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경찰 당국이 '행사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네티즌들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이자" "일본과의 단교를 검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 일본 국내 언론도 비난=일본 주요 신문들은 18일 사설과 칼럼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사설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전사자도 아닌 A급 전범을 합사(合祀)해 '대동아전쟁 긍정론'이란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총리가 이런 신사를 참배하면 패전과의 분별이 애매해지고 다른 나라와의 신뢰관계도 크게 해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 신문은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공공연히 참배해 일본은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재생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선 국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총리의 설명은 너무 부족하다"며 "새로운 국립추도시설 건립 문제가 불투명한 만큼 총리는 어떻게 전몰자를 추도할지 체계적으로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 일본 외상 "노 대통령 방일해 달라"=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12월 중 예정대로 방일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도쿄 일본 외무성 청사에서 방일 중인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일 하나가 잘못됐다고 다른 교류까지 중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개인적 참배로 기독교 신자들에게 교회 가는 자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전몰자들에 대한 추모의 의미, 그분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일본이 있다는 감사의 의미, 비참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 등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도쿄=유광종.예영준.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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