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레슬링 김형수, 투혼에도 2회전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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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8일 전국체전 고등부 레슬링 자유형 경기에 출전한 김형수(수원 경성고2.사진) 선수는 2회전에서 패한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김군은 백혈병의 일종인 재생불량성 빈혈로 투병 중이다. 혈소판이 부족해 지혈이 잘 되지 않는 병이다. 쉽게 피로하고 부딪히면 멍이 든다.

김군은 이번 체전 91㎏급에 출전했다. 비슷한 체구(1m72㎝)의 선수들이 대부분 76㎏이나 85㎏급에 출전하는 것을 감안하면 버거운 도전이다.

김군은 경기도 용인초등학교 1학년 때 건강검진을 통해 발병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정기적인 검진과 혈소판 수혈을 받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 씨름을 했다. 수원 수성중학교에 진학해서는 레슬링으로 바꿨다. 3학년 때는 KBS배와 문화부 장관기에서 우승하는 등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어지럼증이 더해지고 피를 흘리면 잘 멈추지 않는 등 증세가 악화됐다. 담당 의사는 "약물 치료나 조혈모 이식으로는 한계에 달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골수이식을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다행히 김군의 부모는 한국혈액암협회를 통해 골수가 일치하는 대만 여성을 찾아 기증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6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애태우고 있다. 조그만 건축설비 가게를 운영해 온 김군의 아버지 김건성(46)씨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가게까지 처분했으나 수술비에는 미치지 못한다.

울산=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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