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모씨 통해 김홍일의원에 돈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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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나라종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安大熙 검사장)는 15일 안상태(安相泰)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의원에게 전달하라고 정학모(鄭學模) 전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거액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따라 鄭씨를 상대로 金의원에게 돈을 실제로 전달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으며, 다음주 중 金의원을 소환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鄭씨는 金의원 관련 부분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鄭씨는 이날 安씨와 L건설 대표 尹모씨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1억4천8백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수감됐다.

◆"배달사고 가능성도"=金의원의 측근은 "1999년 鄭씨가 安씨를 데려와 소개를 받은 적은 있으나 安씨가 '돕고싶다'고 해서 金의원이 '개인적인 도움은 필요없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金의원이 5.18 내란음모사건 보상금으로 유영장학회를 만들 때 安씨가 2천만원을 출연했다"면서 "安씨가 99년 7월 5백만원, 2000년 2월 1천만원을 후원회 계좌로 입금했는데 모두 영수증을 발급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金의원이 나라종금에 대해 얘기하거나 누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소개해준 일은 전혀 없다"며 "후원금 입금사실도 일부 언론보도를 보고 당시 영수증철을 확인해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鄭씨가 安씨로부터 받은 돈을 金의원에게 전달하지 않는 '배달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어 보강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학모씨 건설사 돈도 받아=검찰에 따르면 鄭씨는 99년 8월~2001년 2월 安씨로부터 "나라종금을 도와주고 내가 정부가 임명하는 금융기관장이 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다섯 차례에 걸쳐 5천4백만원을 받았다.

또 98년 6월~2000년 9월 L건설 尹대표로부터 "건설 과정에 민원이 생기면 잘 챙겨달라"는 청탁과 함께 아홉 차례에 걸쳐 달러와 상품권을 포함해 9천4백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L건설은 전 정권에서 급성장한 회사로 최근 법정관리 중인 K건설의 인수자로 선정됐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鄭씨가 金의원을 등에 업고 정부기관장 인사에 개입했고, 재벌기업이 딴 대형 공사를 L건설이 하청받게 해주면서 공사대금의 3%를 커미션으로 챙겼다"고 주장해왔다.

尹씨는 2001년 8월 金의원.鄭씨 및 검찰 고위 간부 P씨 등과 제주도로 휴가를 함께 간 인물로 알려졌다.

◆박주선씨 다음주 소환=검찰은 또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를 다음주 초 재소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나라종금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민주당 박주선(朴柱宣)의원도 다음 주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근 계좌추적 등을 통해 2000년 초 朴의원 측에 나라종금의 돈이 건너간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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