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난치병 아이들 치료에 더욱 힘쓸 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병원 복도에 그려져 있는 ‘아기공룡 둘리’앞에 선 황용승 원장. 임현동 기자

서울대병원 부속 어린이병원이 15일로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1985년 병원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병원과 함께 해온 황용승(55) 원장이 맞는 개원 20주년의 의미는 남다르다. 두달 전 이 병원 원장에 취임한 그는 2007년까지 병원 개보수 작업을 마무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춰 10년 후, 20년 후 병원의 발전방향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주어졌다. 누적적자 900억원에 연간 100억원의 적자를 더하고 있는 병원의 재정 상태를 개선해야 하는 것도 그의 숙제다.

"재정적인 면만 따진다면 대학병원에서 어린이병원은 '잘난 형제들 틈에 낀 못난 자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치병 치료 및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희귀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오는 곳이니까요."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전문 3차 의료기관이다. 적자날 것이 뻔해 다른 대형 병원들도 어린이병원을 섣불리 만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이 환자 치료에는 성인 환자 치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의료비 수준은 동일하다.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의 보스턴 어린이병원 등 세계 유수의 어린이병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가 후원회 사업이다. 2001년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후원회를 확대한 '블루밴드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푸른 하늘을 보여주세요'라는 뜻의 '블루 스카이(Blue Sky)'라고 새겨진 팔찌를 나눠주며 후원을 부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병원내 의사 등이 주축이지만 일부 기업에서 후원의 뜻을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만화가 김수정씨한테 의뢰해 병동 곳곳에 아기공룡 '둘리'그림을 그려넣는 등 병동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일도 진행중이다.

91년 국내 최초로 수술을 통한 간질 치료법에 성공한 그는 소아간질 분야의 권위자다. 2003 ~ 2005년 대한간질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소아신경학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왜 의사의 길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업'이 아닐까 싶네요"라고 했다.

"의사를 좋은 직업이라며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인간의 생로병사를 모두 지켜봐야 하는 애환과 책임감이 더 무겁습니다. 특히 어린 환자들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병을 앓는다는 점에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어른 환자들이 음주나 흡연 등 자신의 나쁜 습관 때문에 병을 얻는 것과 다르죠."

그의 목표는 '어린이 병원다운 어린이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제 평생을 바친 이곳이 어린 환자들을 위한 최고의 의료 기관으로 인정받길 바랍니다. 병원 구석구석을 어린이들의 감성에 맞게 꾸미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 환자들의 특성에 맞는 세심한 의료 서비스과 수준 높은 의료 기술을 갖추겠습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