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청 "복직 긍정 검토"… 사례금 받아 사직한 수영 '말아톤' 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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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군(오른쪽)과 배내식 코치.

전담코치가 사직하면서 자칫 선수생활을 중단할 뻔했던 수영 '말아톤' 김진호(19.부산체고2)군이 계속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부산시교육청은 김군의 전담코치를 맡아 온 배내식(40) 부산체고 수영장 관리인 겸 코치가 김군의 부모로부터 지난해 매달 100만원의 사례금과 드럼세탁기 등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 오자 지난달 21일 자체감사를 시작했다. 배 코치는 교육청 감사가 시작되자 자진사퇴했다.

이에 김군의 어머니 유현경(45)씨는 최근 교육청에 탄원서를 내고 "꾸준한 지도를 필요로 하는 자폐아의 특성상 진호가 선수생활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배 코치가 아니면 어렵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유씨는 탄원서에서 "배 코치가 허름한 집에서 치매에 걸린 노모와 함께 살면서 만삭의 부인이 손빨래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세탁기를 사줬고, 배 코치가 진호를 자식처럼 정성껏 가르쳐 우리가 알아서 사례금을 준 것"이라며 "올해는 우리도 형편이 좋지 않아 사례금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김군의 부모는 "우리 때문에 배 코치가 그만두게 돼 인간적으로 너무 미안하고 배 코치 없이 진호가 수영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진호를 학교에서 자퇴시킬 것도 생각했다.

이에 교육청은 14일 "김군에 대한 교육적 차원에서 배씨의 복직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제 장학관은 "14일 울산에서 개막한 전국체전이 끝나는 대로 배씨의 복직 문제를 검토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동근 부산시교육감도 "국민에게 감동을 준 김군이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배씨가 계속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군은 울산 전국체전에 부산대표로 참가해 고등부 일반 선수들과 함께 실력을 겨루게 된다. 그는 현재 교육청에서 파견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김군은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지난달 8일 체코에서 열린 세계정신지체장애인 수영대회 배영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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