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상 서양은 중세에 많은 성취를 이루었다. 각 나라의 지역적 경계가 고정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지도와 대략 일치하는 국경선이 이 시기에 정착됐다. 학문이 정체하였다고 하나 카롤링거 왕조의 프랑크 왕국, 아일랜드, 영국의 노섬브리아, 오토 대제의 신성로마제국에서는 '르네상스'라고 이름 붙일 만한 진전이 있었고, 12세기에 이르면 인문학 자체가 중세의 대학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하였다. 기독교가 제도와 교리의 측면에 있어 서양 문명의 중추를 이루는 요인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10세기부터 농업과 상업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도시 문화가 새롭게 싹트기 시작한 것도 중세의 일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은 여러모로 중요한 일이다. 가장 오해가 많은 이 시기가 실상은 유럽 문화의 탄생을 알리는 시기였다는 사실 때문에라도 우리는 서양의 중세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조한욱
더 읽어야 할 책들
중세의 가을
요한 호이징하 지음, 최홍숙 옮김
문학과지성사, 1997
연옥의 탄생
자크 르 고프 지음, 최애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0
중세의 빛과 그림자
페르디난트 자입트 지음
차용구 옮김, 까치글방, 2000
메로빙거 시대
패트릭 기어리 지음, 이종경 옮김
지식의 풍경, 2002
기독교 세계의 등장
피터 브라운 지음, 이종경 옮김, 새물결,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