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정신」계승이 한국교회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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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 가톨릭은 요즈음 전래 2백주년을 기념하는 교황「요한·바오로」2세의 방한(내년 5월예정), 순교자 1백3명의 시성시복등으로 축제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천주교의 사령탑인 김수환추기경은 8일상오 서울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백주년을 맞는 감회와 사회세태의 흐름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추기경은 『나라가 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론의 자유가 신장돼야한다』 고 강조하고 언로가 막힌데서 비롯되는 유언비어는 국민분열과 사회분열을 야기,국가안보적차원에서도 큰 피해가 될뿐이라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한국현실이 언론자유틀무제한 허용키는 어렵지만「진실보도」까지는 철저히 보장해야한다』고했다. 그는 모 『TV의「이산가족찾기」를보고 가슴을 휘젓는 찌리한 감동을 느끼며 눈물도 많이 훌렸다』고 말하고 모든 사회발전과 안정에는 이산가족찾기에서와 같은 이웃·혈연등의 인간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문제는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 앞으로 끝내 가족흘 찾지못하는 사람들의 깊은 아픔을 치유해주는 문제률 심사숙고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의 의미와 가장 역점을 두고있는 기념행사는 무엇인지요.
△나는 2백주년을 기리는 것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을 지적하라면 두말할 나위없이「순교정신」이라고 대답하겠읍니다.
죽음을 감수하면서까지도 믿음을 간직한 한국천주교 순교자들의 전인적 신앙정신을 부활시켜 나가는 것이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의 과제이며 의미가돼야겠지요.
-한국천주교 2백주년을 기해 한국을 찾게될 교황의 방한의의는….
△교황의 방한은 양떼를 찾는 목자로서의 「사목방문」입니다.
교황의 한국방문은 천주교회는 물론 한국민 모두의 더할 수 없는 영광이며 축복임에 틀림없읍니다.
교황은 한국의 곳곳을 찾아 이시대가 갈망하는 복음을 주고 우리 모두의 기쁨과 슬픔,고통들을 함께 나누며 그리스드의 참된 평화· 희망을 선물할게 분명합니다.
-교황 「바오로」 2세와는 교황이 되기전 추기경시절부터 두터운 친분을 가졌던것으로 아는데 김추기경이 보는 교황「요한·바오로」 2세의 인품은 어떤것인지.
△교황 「바오로」2세는 어느 한순간도 자신을 위한 비워둠이 없이 오직 교회와 그리스도,온세계를 향해 자신을 활싹 열고있는 분입니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딩면한 중대문제는….
△현재 우리사회는 뚜렷한 비전이 없읍니다.정치·경제·사회·문화등 그 어떤분야도 제자리를 찾고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교회에 뚜렷한 방향과 비전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 역시 방황하고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특히 미래사회를 이어갈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혼란을 겪고있고,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어야할 기성세대 역시 가치관 부재의 현상울 보이고있는게 안타까와요.
그래서 나는 교황의 방한이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 빛과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한국교회의 당면과제는무엇이라고 보는지….
△오늘의 우리에게 절실히 요망스러운 것은 이시대를 밝히는「참된 빛」의 모습입니다.
이땅의 빛, 그것이야말로 다음 세기를 향하는 한국교회의 진정한 소명이며 모습이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사회전체에 빛과 희망을 주는 교회본연의 모습을 찾기위해 먼저 자신을 활짝 열어놓아야 합니다.
자신을 완전히 열고 비우는 마음, 그것이 곧 그리스도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도 근대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을 많이 강조하고 있긴 합니다만 교회의 사회적 존재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사회적 존재가치와 의미는 인간의 생명이며 빛인 그리스도를 따라 이땅을 비추고 영생케 하는것입니다. 모든사람,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형제들에게 따뜻함과신뢰를 주는 교회가돼야합니다. 교회가 빛을 발하는 길은 곧 자아가꺾이고 부숴지는「수난의길」 이기도합니다.
-한국언론의 보도태도를 보아오면서 느끼는 점이있다면….
△73년 고박정희대통령을만나 이야기할때 나누었던언론관계대화가생각나는군요.
그는 『한국의 언론은 양적으론 충분하다』고 말하면서 남 북대치상황, 경제발전추구등으로 1백%의자유를 보장한다는건 어렵다고 하더군요.
나는 한국언론 현실은 양이 문제가 아니라 그속성인 자유를 얼마나 누리고있느냐가 문제이며 최소한의「사실보도」는 허용돼야한다는 견해를 밝혔지요. 이같은 나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읍니다.
-교황 「바오로」2세의 최근 조국 폴란드방문을 보고 느낀 감회는….
△교황의 폴란드방문은 모든 조국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한것입니다.
조국 폴란드의 아픔을 통해 한국의 고통을 익히 알고있는 교황은 『하느님께서 한국방문에 특별한 은혜를 주시도록 매일 기도한다』고 전해듣고 있읍니다.
나는 한국방문을 하느님의 은혜로 생각하며 그 은혜를 얻기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교황의 모습에서 이시대가 갈망하는 「참 목자」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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